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닻을 올린 25일 각종 행사가 진행된 부산 벡스코(부산국제컨벤션센터)에는 각국 정상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장 인근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행사장을 둘러싼 철통 경비는 이른 아침부터 진행됐다. 경찰은 행사장의 모든 입구를 경비인력으로 에워싸고,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금지했다. 행사 참가자임을 증명하는 비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행사장 내부는 물론 인근 인도에 들어서는 것까지도 제한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23일부터 국가적 주요행사가 있을 때 발령하는 ‘갑호’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관 1만4422명을 투입해 행사장과 각국 정상들의 숙소 등을 지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왔다. 이날 경찰은 벡스코 내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경찰 헬기 3대가 전송하는 실시간 항공영상과 교통정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행사장 주변 움직임도 예의주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경호장비들도 투입됐다. 원격 및 자율주행 기반 무인경비차량인 ‘HR-셰르파’는 이날 행사장 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경비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지정된 경로를 스스로 탐색해 순찰할 수 있는 이 차량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탑재돼 경비가 소홀해질 수 있는 야간에도 행사장 곳곳의 영상 수집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경호용 드론도 투입돼 각국 정상들의 이동 경로 점검 및 수림지·해안선 등지를 수색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문 대통령 및 아세안 정상들이 행사장에 도착하면서 벡스코 주변 도로가 일시적으로 통제되기도 했다. 경찰은 행사장 인근을 모두 통제했던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와는 달리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정상들의 이동시간 등에 맞춘 ‘탄력적 통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버스 및 차량들이 경찰이 안내하는 우회로로 몰리면서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불편을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김모(53)씨는 “당분간 출퇴근할 때 불편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만큼 이해하려 한다”며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한 만큼 좋은 회의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장으로부터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 날 오전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4명이 경찰에 연행된 탓에 이번 집회에도 긴장감이 흘렀지만,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전서정씨는 “부산까지 달려오게 만든 대통령이 원망스럽다”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애초 철도노조도 행사장으로부터 400여m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집회 및 행진을 예고해 전날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이날 오전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부산=이강진·전상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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