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및 감찰무마 사건을 들여다보는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청와대 전·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될 예정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첩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에 전달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 비서관 밑에서 선임행정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김 전 시장 측근 관련 첩보를 제공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하명수사 의혹을 고발한 박기성 전 울산시장비서실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전 울산경찰청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황 청장은 당시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입수해 직접 수사를 지휘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첩보로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서에 송 부시장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다. 백 전 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도 소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검찰은 특히 송 시장 측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현 자치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행정관을 만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6조는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 실시에 관여하면 같은법 255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관권선거나 공직자의 개입을 막아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실제 교육감 후보의 선거기획 업무를 담당하게 된 홍보업체 대표가 교육청 공무원에게 선거기획업무에 대해 논의해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박근혜정부 때 이뤄진 이른바 ‘진박 여론조사’보다 죄질이 나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진박 여론조사 사건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청와대는 친박계 인사들의 당선 가능성이 큰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 친박인사 공천 계획을 세우고 예비후보자들의 성향과 인지도를 살펴보기 위해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사법부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인사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벌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의지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여론조사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비공무원의 경우 선거 후 6개월의 공소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있지만 공무원은 10년간 형벌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며 “청와대 공무원과 지방선거 후보자가 만나 공약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명수사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인 황 청장의 북 콘서트 개최 행보를 놓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 청장은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해 9일 대전 중구에서 북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인 황 청장이 현직 신분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거 관련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수사를 담당하는 현직 경찰 간부의 정치 행보는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정필재·이강진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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