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자의 전염 행위를 막기 위한 예방법 조항이 위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조항이 불명확한데다, 의학 발달로 감염위험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지 않고 감염자의 행복추구권을 과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헌재)에 제청했다. 현재 헌재에서는 해당 사안 심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제25조 제2호는 ‘제19조를 위반하여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신 판사의 위헌 제청은 앞서 에이즈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소수자이자 에이즈 감염자인 A씨는 2018년 한 남성과 구강성교를 했지만 사소한 다툼이 생겨 경찰서에 갔다가 에이즈 감염 사실이 알려져 재판까지 가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씨는 타인을 감염시킬 수준의 바이러스 위험성이 없는 상태였고, 상대 남성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제청결정문에 따르면 신 판사는 제19조가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제19조 중 ‘전파매개행위’나 ‘체액’ 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 판사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전파매개한 경우를 처벌하는가, 즉 상대방에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실제로 감염시킨 결과범을 처벌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감염시킬 가능성 있는 추상적 위험범을 처벌하고자 함으로 해석되는데, 감염인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혈액과 체액을 전파매개하는 행위가 있으면 바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또 신 판사는 제19조가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을 제한한다고 봤다. 예방법이 처음 제정된 80년대 당시에는 에이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포가 컸지만, 의학기술 발달로 현재는 만성질환의 하나로 인식되는 등 위험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감염인들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5조 2항에 대해서 신 판사는 의학 발전 등에 비춰볼 때 “벌금형 없이 오직 징역형에만 처함은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 제한에 관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결핵예방법이 에이즈예방법과 동일한 취지 및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 결핵예방법은 벌금형 뿐이거나 징역형과 벌금형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신 판사는 짚었다.
한편 한국은 2018년 말 HIV/AIDS 생존감염인이 1만2991명, 신규 발생은 1206명이었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HIV 감염인이 2.0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일본(1.1명)에 이어 두번째로 적었다. 에이즈 발생률도 10만명당 0.3명으로 OECD 평균(1.5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2018년 신규 감염인 중 20대 32.8%(395명), 30대 27.2%(328명) 등 10명 중 6명이 20~30대로 전년보다 2.5%포인트, 2013년 대비 7.2%포인트나 늘어나는 등 젊은층의 감염이 증가 추세다. 1년 사이 내국인 감염은 줄었지만(1008명→989명), 외국인은 19.2%(182명→217명)나 늘어났다.
김경호 기자 stil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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