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타자만 4∼5명이 동시에 활약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적응에 실패하거나 외지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면서 다시 한국 무대로 유턴하곤 했다. 이런 가운데 빅리그에서 한국인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두 기둥이 있다. 바로 코리안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와 ‘풀타임 2년 차’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다. 이들이 2020년에도 맹활약을 펼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텍사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추신수는 어느덧 올해로 소속팀 텍사스와 맺은 7년 1억3000만달러(약 1549억원)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았다. 올해 연봉만 2100만달러(약 250억원)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책임감도 크다. 다만 그를 보는 시선이 따듯하지만은 않다. 지난 6년 동안 몸값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비난과 더불어 트레이드 대상으로 언급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텍사스에서 보여준 추신수의 성적에 대한 지나친 폄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추신수는 지난 6시즌 동안 출루율 0.365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4홈런을 포함해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쳐냈다. 이런 추신수에 대해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정말로 높게 평가한다”며 “추신수가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체력적으로 여전히 많은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생산적인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는 외야수 노마 마자라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돼 추신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MLB닷컴은 추신수가 올해 1번 지명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언제나 스프링캠프에 오면 선수 중 가장 먼저 새벽 출근해 훈련 준비를 하기로 유명한 추신수지만 이번 캠프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야 내년에도 다시 좋은 조건에서 빅리거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으름을 피울 여지는 없다. 추신수는 “향후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정말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면 그 팀은 텍사스가 되길 희망한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텍사스가 파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농담을 덧붙여 과도한 연봉 욕심도 버렸음을 내비쳤다.
지난해 127경기에 나서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안착한 최지만은 올해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확실한 주전 1루수 확보를 노리며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이다. MLB닷컴은 최지만을 탬파베이의 올해 주전 3번타자이자 1루수로 전망하고 있지만 안심은 이르다. 팀이 지난 겨우내 일본인 내야수 강타자 쓰쓰고 요시모토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쓰쓰고는 1루와 3루가 주포지션인데다 같은 좌타자이기에 아무래도 경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지만은 이제 빅리그에 처음 적응하는 동갑내기 쓰쓰고와 스스럼없이 지내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돕고 있다. 그는 “쓰쓰고가 빨리 팀 분위기에 적응해 여러 선수와 어울렸으면 좋겠다”면서 “그를 경쟁자라고 생각 안 한다. 현재 쓰쓰고는 1루수 준비를 안 하고 있다. 1루 수비 훈련을 하더라도 함께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밝혔다. 경쟁을 즐길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주전 경쟁에서 이겨내 지난해 하지 못한 20홈런 달성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지만은 올해 인천 동산고 선배인 류현진이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면서 맞대결을 펼칠 기회도 많아져 흥미를 더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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