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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현수막 난무…강풍만 불면 흉기로 돌변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3-22 11:00:00 수정 : 2020-03-22 1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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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과정에서 노끈과 철사 사용 / 강풍에 찢긴 현수막은 교통사고 위험까지 / 현수막만 제거된 채 노끈과 철사 그대로 남아 ‘흉물로 방치’ / 현수막 걸린 가로수는 물리적 충격에 상처까지 / ‘○○○은 구속수사 하라’ / “정치 판사들이 나라를 망친다” 얼굴과 직급까지 공개 / 동일한 현수막이 대법원 앞 안전 펜스에 수두룩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 버스 정류장 가로수에는 사람 키 높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버스에서 내린 시민들은 현수막 주변이나 밑으로 지나다니며 불편을 겪고 있다.

 

“눈에 띄는 곳마다 붉은 현수막이 있어요. 표현도 좀 원색적이고,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죠. 강한 바람에 현수막이 찢어지기도 했어요.”

 

거리마다 흔히 볼 수 있는 각양각색 현수막. 가로수로 사이부터 전봇대 사이, 다리 밑부터 육교 위까지 명당자리는 현수막이 자치한다. 아파트 분양 광고와 콘서트, 그리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선정적인 대형 현수막까지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이 불법 현수막이다.

 

현수막 찌꺼기 노끈·철사가 ‘덕지덕지’…‘고통받는 가로수’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부근. 태풍급 강풍 부는 이 날 한 버스 정류장 가로수마다 현수막은 제거된 채 노끈은 그대로 남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수막에 사용된 각목은 노끈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강한 바람에 날아갈 듯 흔들리고 있어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주변 화단과 쓰레기 수거함 주변에는 현수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노끈도 눈에 띄었다. 

 

지난 19일 서울 청계천 인근 가로수에는 현수막에 사용된 각목이 강풍에 떨어질 듯 흔들리고 있다.

 

이날 상처 난 가로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설치 과정에서 노끈이나 철사를 사용하다 보니 현수막이 제거하더라도 그 흔적은 가로수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상처난 가로수는 보에도 흉측할 뿐만 아니라 생육도 나빠지게 된다. 결국 고사하면서 세금을 들여 다시 심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차들이 생생 달리는 도롯가에서 꽁꽁 묶인 노끈을 풀고 끊고 너비만 10m가 넘는 현수막을 떼어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 현수막만 제거하고 노끈과 철사는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주변 가로수와 가로등에는 고정된 현수막과 강풍에 찢긴 현수막이 펼럭이고 있다.

 

높은 위치에 묶여 있는 노끈과 철사는 더욱 제거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제거 과정도 위험해 자칫 보행자를 위로 현수막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청계천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오늘같이 강풍이 부는 날에는 웬만한 현수막은 다 찢어진다고 봐야죠”라며 “거리 입간판이나 현수막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 가로수에 결려 있던 현수막이 강풍에 찢긴 채 차가 달리는 도로까지 펄럭이고 있다.

 

관할 구청 한 관계자는 “관내 현수막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항의성 민원으로 감당하기 힘들고 떼면 또 붙어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현수막’ 난무…강풍에 흉기로 돌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초네거리 부근. 가로수마다 고정된 현수막은 강풍을 타고 펄럭이고 있었다. 비록 고정된 현수막이지만, 강풍 탓에 떨어질 듯 펄럭이고 있었다. 일부 현수막 찢어진 채 보행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 되고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안전 펜스에는 대법원을 비난하는 대형 현수막이 강풍에 찢어질 듯 펄럭이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정문뿐만 아니라 동문에서부터 서초경찰서까지 양쪽 가로수마다 대형 현수막이 고정돼 있었다. 가로수 밑 둥에 고정된 현수막은 대략 15~20개 정도 돼 보였고, 대법원 정문안전 펜스에 걸려 있는 20개 정도 현수막은 강풍을 타고 심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강풍이 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서초경찰서 앞 인도 가로수에는 대형 현수막이 3개가 걸려 있었다. 현수막 주변에는 양손에 태극기를 든 사람이 1인 시위를 하듯 서울중앙지검을 행해 흔들고 있었다. “○○○ 즉각 석방하라”,“○○○ ○○○○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가짜뉴스”라는 붉은 문구가 새겨진 채 현수막이 태극기와 함께 찢어질 듯 펄럭였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안전 펜스에 걸린 현수막에는 판사 얼굴과 직책까지 공개 돼 있다.

 

대법원 앞 상황도 마찬가지. 대법원 앞 안전 펜스에는 큼직 만한 판사 얼굴과 직책까지 크게 실린 채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판사들은 법복을 벗어라!”라는 거친 문구를 넣은 붉은 현수막이 도배하다시피 노끈으로 걸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대법원 정문에서 서초역까지 “사법 적폐 ○○○ ○○○○ 사퇴하라”, “○○○○ 구속! ○○○ 구속! 사법정의 실현”, “대법원○○○ 선거법 위반 즉시 선고하라!” 등 동일한 현수막이 안전 펜스에 걸린 채 강풍을 찢어질 듯 펄럭였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초네거리 인근 가로수에는 대형 현수막이 노끈에 고정 돼 있지만, 강풍에 찢어질 듯 펄럭이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초역 지하철 입구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바람이 불면 찢어지고 자칫 교통사고 유발도 할 수 있다”라며 “오늘은 그나마 조용한 편이고, 현수막도 오늘만 지나면 다시 또 걸린다”고 했다.

 

가로등이나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은 선전 효과를 극대화 노려 야광 색 사용해 눈에 피로 및 시선 분산을 시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자칫 찢어진 현수막이 도로를 향해 펄럭일 경우 교통사고 위험까지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초역 인근 안전 펜스에 걸린 현수막은 강풍에 찢어질 듯 펄럭이고 있다.

 

설치한 현수막은 그대로 방치 두거나 제때 제거를 하지 않아 도심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결국 관할 구청이 직접 제거를 하게 된다. 현수막 ‘설치하는 사람 따로 제거하는 사람 따로’ 철거 비용에 혈세를 낭비하는 셈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인근 가로수에는 검찰을 비난하는 대형 현수막이 강풍에 찢어질 듯 펄럭이고 있다.

 

옥외광고물 관련법에 따르면 현수막은 적법한 게시 시설에만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경우”는 예외다. 안전사고가 우려에도 옥외 현수막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한 횡단보도 인근 한 전신주에는 현수막만 제거된 채 묶었던 노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관할 구청 한 관계자는 “법을 지키면 위험한 상황이라도 해도 제재할 권한이 없다”라며 “민원이 많아 현실적으로 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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