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서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안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와병설이 기정사실로 될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외교통일위 긴급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최근 김 위원장의 동정을 보면 통상적이고 의전적 지시만 있을 뿐, 직접 사인하거나 정책을 결정하는 인사 관련 지시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최고 존엄의 권력 공백 상태 설이 퍼져나간다면 북한 내부 동요 때문에 김 위원장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정상적 업무를 안 한다면 7~10일 사이에 나와서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며 “정상 업무를 못 한다면 ‘코로나19’ 또는 와병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노동신문에도 최룡해, 김여정 등 주요 인사의 동향·활동 내역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데 모두 원산에 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중태설, 사망설 등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외신 보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과거 파주에서 전단을 살포하면 즉각 대남 비방이 시작되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이것은 정말 특이하다”며 “최근 미국에서 금융제재법이 통과했는데 반응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북한의 이례적인 ‘침묵’을 비롯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와 15일 태양절 행사 불참, 북한이 평양시를 봉쇄한 것을 ‘특이동향’이라고 분석했다. 윤 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했다면 와병설의 근거로 작용하는데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는 반론을 발표했다”며 “와병설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열흘 안으로 동정 보도가 나오지 않으면 와병설은 더 커지고 기정사실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기여한 일꾼(간부)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감사’는 일종의 포상이다. 노동신문은 전날에도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3단계 건설에 기여한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잇따른 ‘서한 행보’가 직접 결재가 필요하지 않거나,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 이미 상당 기간 전 절차가 끝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과 연결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없는 한 이런 의혹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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