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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쉼터를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 소장님 ‘영혼이 무너졌다’ 괴로워해”

입력 : 2020-06-08 00:04:30 수정 : 2020-06-08 00: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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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마포 쉼터 A 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극단적 선택 추정 / 윤 의원, 페북 글 통해 기자, 검찰 저격 /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하고 괴롭혀… 홀로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 “내 영혼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 영혼 살피지 못해” / “복동 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정의연 성명 “갑작스러운 검찰 압수수색 이후 A씨가 심리적으로 힘들어 해” / “인권침해적이고 무분별한 취재경쟁 그만…” / 檢 “정의연 고발 건 관련해 고인 조사한 사실도, 출석 요구한 적도 없어”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정의연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A 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흐느끼며 관계자들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 A(60)씨의 사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사’를 올리고 언론사 기자들과 검찰을 저격했다.

 

윤 의원은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라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2004년 A씨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김)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자신과 통화를 할 때마다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라고 걱정하면서도 “영혼이 무너졌나 보다. 힘들다”라고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고는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라고 적었다.

 

이어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뉴스1

 

윤 의원은 “나는 뒤로 물러설 곳도,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며 버텼는데,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라며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 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홀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라며 추모 글을 마쳤다.

 

A씨는 전날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지인이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대원이 A씨의 파주 아파트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검은색 옷을 입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은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사진에서 윤 의원은 손으로 입을 막고 흐느끼면서 쉼터 관계자들을 맞았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정의연 측은 쉼터 소장인 A씨의 사망과 검찰의 압수수색이 관련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오후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갑작스러운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A씨가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고인(A씨)은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아 개인 삶을 뒤로 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하며 늘 함께 지내 왔다. 심성이 맑은 분이었고 정성과 헌신으로 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가 우선이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고인은 생전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면서 “고인을 위해서라도 인권침해적이고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그만하고 고인의 삶을 차분히 봐 달라. 유가족 의견을 존중하며 명예롭고 정중하게 고인 가시는 길에 예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 등을 조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된 A씨에게 애도를 표한 뒤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은)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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