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통신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키맨'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소환도 늦어지면서 박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더뎌지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잇단 제동도 걸리면서 경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가능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경위 파악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 및 고소인 2차 가해 수사 등에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고소 사실 유출 의혹 규명의 공은 사실상 검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임 특보를 포함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서울시 관계자 3명을 연이어 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전날에는 소환 조사가 예정된 참고인들의 일정이 변경돼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핵심 인물 중 하나다.
현재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인지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서울시 관계자 중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가장 먼저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 특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임 특보가 경찰에 출석하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규명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임 특보는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시장의 고소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되기 1시간30분 전인 8일 오후 3시 서울시 외부로부터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장 집무실로 가 '실수한 일이 있냐'고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같은 날 오후 9시30분쯤에는 임 특보가 서울시청에서 비서실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고, 오후 11시쯤에는 서울시장 공관에서 박 전 시장 등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임 특보는 전날 경찰의 출석 요구에 "개인 사정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인 임 특보가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로 구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여전히 임 특보와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임 특보가 (출석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며 "계속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박 전 시장의 휴대폰 3대에 통신영장이 기각됐다.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경찰이 통신영장을 신청하자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이 간접적으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박 시장의 사망 경위 파악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전 시장의 유류품에서 입수한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다만 분석 작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받던 고(故) 백모 청와대 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데도 약 4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이를 통한 고소 사실 유출 의혹 규명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의 통신영장 기각과 포렌식 장기화 전망, 임 특보에 대한 더딘 조사로 결국 고소 사실 유출 의혹 규명의 공은 검찰에게 사실상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지난 16일 박 전 시장 고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 시민단체 4곳이 고발한 사건을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미래통합당이 해당 의혹을 규명해달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청와대 관계자 등을 고발한 사건도 중앙지검이 맡는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경위 수사와 함께 서울시 관계자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과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장을 접수한 전직 비서 A씨를 향한 '2차 가해' 사건 수사에 집중할 전망이다.
전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임용환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를 격상 운영하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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