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왼손 타자 최지만(29)은 어렵게 주전으로 자리 잡았지만 좌투수에 약한 단점이 컸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통산 우투수 상대 성적은 타율 0.259에 33홈런인 반면, 좌투수 상대로는 타율 0.185에 3홈런에 그쳤다. 그래서 상대가 좌완 투수를 낼 때 라인업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이 약점을 극복하고자 최지만은 올 시즌 남몰래 ‘스위치 타자’로 변신을 준비했다. 3월 국내에 돌아와 훈련할 때까지만 해도 좌타석에서만 훈련했던 그는 5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뒤 7월 여름캠프부터 우타석에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오른손 타자로 54번 타석에 등장해 타율 0.296을 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최지만이 ‘스위치 타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 1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쓰고 팀의 대역전승에 기여한 것이다.
최지만은 이날 토론토가 두 번째 투수로 좌투수 앤서니 케이를 기용한 3회 빅리그 첫 우타석에 나섰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최지만은 선두타자로 나선 6회말 케이를 상대로 든 두 번째 우타석에서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0-4로 뒤진 상황에서 타석에 선 최지만은 초구 시속 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기다렸다는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1m에 타구 속도는 시속 177㎞에 달하는 총알 타구였다.
최지만은 2-4로 뒤지던 9회말 2사 만루에서는 역시 좌완인 브라이언 모란을 상대로 우타석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고 이 기세를 몰아 탬파베이는 4-4 동점으로 정규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10회말 승부치기에서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4타수 1안타 2타점을 수확한 최지만의 공이 적지 않았다. 시즌 타율 0.286을 기록한 최지만은 “스위치 타격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았다”고 말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스위치 타자 변신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최지만이 택하길 바랐다”며 “지난 5년간 하지 않던 양쪽 타격을 최지만이 해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한편 캐나다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토론토는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 뉴욕주 버펄로 샬렌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이전에 열릴 홈경기는 상대팀 홈구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이로 인해 류현진은 당분간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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