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 지향·권위주의 선호
한·일현안엔 反韓적 입장 대변
“안중근은 범죄자” 주장하기도
음지의 총리는 양지의 총리로 변신에 성공할 것인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안정적 승계를 명분으로 스가 대망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공동 4위 파벌인 니카이 도시히로 당 간사장파(47명)에 이어 공동 2위 파벌인 아소 다로 부총리파(54명)가 31일 스가 장관 지지 방침을 정했다. 아소파 고노 다로 방위상이 파벌 결정에 따라 출마를 보류하면서 포스트 아베전은 스가 장관,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이시바 시게루 전 당 간사장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스가 장관은 후보군 중 아베 총리와 가장 유사한 정치·정책관을 가지고 있다. 정치학자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 교수가 주요 정치인 9명을 분석한 ‘자민당 - 가치와 리스크의 매트릭스’(2019)에 따르면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보다는 개인의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권위주의 가치를 선호한다. 개헌과 집단자위권에 찬성하며, 핵무장 검토 필요성도 언급했다.
스가 장관의 행보는 잘 웃지 않는 표정만큼이나 우울하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2차 집권 후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집중된 정보력과 인사권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고 관료 사회에서 알아서 긴다는 손타쿠(忖度)를 유도했다. 배우 심은경씨가 주연한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인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의 현실 맞수가 그다. 지난해 신연호를 발표해 레이와(令和)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면엔 일본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두운 실체가 있다.
세습 정치인은 아니나, 아키타현의 성공한 부농에서 태어났다. 농업대에 진학하라는 부친 권유를 뿌리치고 상경해 골판지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호세이대 정치학과 야간학부 졸업 후 동문 선배 추천으로 중의원(하원)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1996년 중의원에 진출했다.
2002년 아베 총리와 북한과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의기투합해 이후 행동을 같이한다. 스가 장관은 2006년 9월 아베 총리의 1차 집권시 요직 총무상을 맡았다. 아베 총리가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임한 뒤 다시 총리에 도전할 때도 그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11 개각 때 본인이 천거한 각료 2명이 연쇄 낙마하면서 총리 경쟁에서 멀어졌다는 평을 듣다가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재부상했다.
한·일 현안과 관련해 정부 대변인으로서 아베 정권의 반한(反韓)적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해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대원법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 책임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4년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기념관이 개관하자 “범죄자, 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강변해 한국 측 반발을 부른 바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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