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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과 한마디에… 유시민 “계몽군주”·정세현 “통 크다”

입력 : 2020-09-26 07:00:00 수정 : 2020-09-28 1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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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총 맞아 숨졌는데, 반색한 이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된 사건을 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과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5일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측면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유 이사장은 토론 도중 전해진 김 위원장의 사과 속보를 언급하며 “(토론회 시작 때) 이 사건이 남북관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반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북한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 사과했던 선례가 있다, 이번에도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정 수석부의장은 웃으며 “(북한이) 말을 잘 듣는구나”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앞서 토론 중간에 “북한이 사과할 기회”라고 발언했던 것과 관련, “제가 맞췄다”면서 기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토론 참가자인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2018년 김 위원장이 얻었던 국제적 주목과 명성은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인데,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와 이번 사건으로 그것이 다 무너졌다”며 “이번 계기로 북한이 정말 정상국가로 간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한편으로는 “(북한이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인) 지난 6월3일 이후 모든 통신선이 차단됐는데 오늘 통신이 왔다는 건 우선 통신선이 사실상 복원됐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김 위원장이 구두로 사정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통지문 전문을 접한 뒤 북한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이 문장을 쓴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이걸로 코너에 몰리기 싫은 것”이라며 “이 선에서 무마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만행’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쪽이 그간 잘 보이지 않았던 행태”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와는 좀 다른 면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그들 말로 통 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불행한 사건에 통지문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 사건이) 실마리가 돼서 남북 정상이 우선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론 참가자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일반적 외교 문서의 성격으로 봤을 때 이 정도면 사실 ‘나 잘못했다, 미안해, 그런데 사정은 이렇게 됐다’ 이런 뜻”이라면서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을 보면 ‘선진화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25일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유 이사장은 이날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며 “그 이면에 세계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니냐(하는 질문을 받는데), 제 느낌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도 김 위원장에 대해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사전녹화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기념사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의 여파로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재단 측은 “영상이 전에 녹화된 것이어서 오늘 행사에선 틀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해수부 소속 공무원 A(47)씨가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해상에서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우리 군 당국에게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22일 오후 A씨에게 접근했다가 이후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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