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저녁 9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첫 번째 TV 토론을 하는 결전을 날을 맞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8∼10%가량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의 결정적 실수 또는 격분을 유도함으로써 대선전의 양상을 완전히 뒤엎는 KO 승을 노리고 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보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이번 트럼프와 맞대결에서도 트럼프를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바이든은 이 때문에 판정승 또는 우세승을 노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올해 79세인 바이든 후보의 ‘정신적 능력’ 문제를 제기해왔기에 바이든이 일단 시험대에 서게 된다고 CNN이 2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 대한 인신공격을 불사하면서 무차별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트럼프 집권 4년의 실정과 소득세 납부 회피 등의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국가 지도자다운 안정감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현직인 자신이 아니라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몰고 가려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지적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과 경제난, 흑인 인권 시위 사태 등이 모두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집권 2기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바이든이 이끄는 무능하고, 부패한 사회주의 세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든은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19 피해국으로 전락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트럼프가 보수파인 에이미 배럿을 새 대법관으로 지명해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바이든 캠프가 밝혔다.
미국에서 대선 TV 토론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으나 이것이 대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를 3번의 토론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WSJ과 NBC 방송의 최근 공동 조사에서 TV 토론이 지지 후보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 응답자의 비율은 29%로 역대 4번의 선거 중 그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로 인해 미국의 유권자 대다수가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상태라고 WSJ이 전했다. 이번 토론은 코로나19 탓에 방챙객 수를 75~80명으로 제한하고, 두 후보 간 악수도 없이 곧바로 시작된다.
첫 TV 토론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과 그다음 해에 각각 750달러의 개인 소득세를 냈고, 지난 15년 사이에 10년 동안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나와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트럼프는 이날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채무는 국가 안보 문제”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6년 대선 당시에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고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던 릭 게이츠가 자신의 저서에서 폭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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