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 모든 영역서 저탄소화
수소·전기차 생산·보급 적극 확대
‘공정 전환’ 통해 취약산업 보호
재원소요 등 세부 방안은 미비
“방향은 공감… 의견 조율 필요”
탈원전에 전기료 인상 가능성
정부가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내놓은 것은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해온 우리 산업구조 특성상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투자 및 글로벌 소싱 기회가 제한되는 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사회의 생존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그러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전략은 세부 방안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구호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원 소요 규모나 조달 계획도 명확하지 않아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당정 “그린뉴딜기본법 입법 추진”
정부는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발전 비중은 석탄 40.4%, 원자력 25.9%, 액화천연가스(LNG) 25.6%, 신재생 6.5% 등이었다. 또 스마트공장과 업종별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한다. 수소·전기차 생산·보급 확대와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내연기관차량의 친환경차 전환도 가속화한다.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저탄소산업을 육성해 세계시장 선점에 나서고, 친환경·저탄소·에너지신산업 분야 유망기술 보유 기업을 집중 발굴·지원한다.
탄소중립 사회로 공정한 전환을 위해 취약 산업·계층 보호 및 신산업 체계로의 편입 지원 제도도 마련한다. 정부는 구조 전환으로 축소되는 석탄발전이나 내연기관차 산업에 대해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사업 재편을 촉진할 방침이다. 또 취약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직업훈련 및 재취업 지원을 통해 신산업 체계로의 편입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2050 탄소중립안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까지 유엔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한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7년 대비 24.4% 줄이는 것으로 정했다. 아울러 2025년 이전에 NDC 목표 상향을 적극 추진할 것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 LEDS 비전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부문별 전략과 방향성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협의회에서 그린뉴딜기본법을 비롯해 기후변화대응법, 기후기술개발촉진법, 신재생법, 전기사업법 등 관련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기업과 조율 필요”…“현실성 부족” 비판도
기업들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향후 정책 추진에 있어 기업과 함께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탄소를 줄여가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 크고, 언젠가는 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특수한 산업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속도 조절이 필요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요 산업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제조업 비중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나라 수준으로 탄소를 맞추려고 한다면 산업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산업 경쟁력과 환경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업계와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더욱 빨라진다면 완성차 업체가 아닌 기존의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이러한 사업 전환을 위한 지원책이 중소 부품업체들이 얼마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설익은 상태에서 발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발전에서 비중이 가장 큰 석탄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은 내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소요 재원이 얼마나 되는지, 또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계획도 이번 발표에 담기지 못했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발전 단가가 가장 낮은 원자력발전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발전비용은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낮지만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도 이날 “에너지 전환 이행 과정에서 기업과 국민의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준영·이정우·최형창·남혜정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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