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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춤·북청사자… 신명의 탈춤판 '가장무도' 한마당 펼쳐진다

입력 : 2020-12-28 03:00:00 수정 : 2020-12-27 15: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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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역귀(疫鬼)를 소멸하는 탈춤 한마당이 2021년을 연다. 서울남산국악당은 새해 1월 2일 상주단체인 천하제일탈공작소와 함께 일상의 회복을 기원하는 신명의 탈춤판 ‘가장무도’ 공연을 펼친다.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탈춤은 무용·음악·연극의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는 종합예술. 관객과 함께 판을 만드는 열린 구조 예술로 공동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소통의 문화장치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전통에서 탈춤은 일상을 무너뜨리는 비정상적 문제를 ‘탈춤’이라는 일탈 행위로 고발하고 정화해 온전한 일상의 회복을 꾀하고자 하는 몸짓이었다. 또한 탈춤은 사악함을 물리치는 벽사(辟邪)로서 부정한 것들을 소멸하는 의식과 함께 공동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비판하여 공동체를 치유하고 회복시킨다. 코로나19에 고통받는 요즘이야말로 탈춤 한바탕이 필요한 시대.

이런 배경에서 기획된 이번 공연은 180분 동안 전국 13개 지역 탈춤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낸다. 특히 고성오광대 중 ‘문둥북춤’은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고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단순히 한센인(‘문둥이’)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한센인 내면의 고통과 절망을 대사 없이 탈짓, 몸짓, 춤짓만으로 표현하며 결국 신명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춤으로 보여준다. 

 

잘 알려진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선 이매마당이 펼쳐진다. 턱이 없는 가면을 쓰고 바보스럽게 움직이는 이매는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관객들에게 한번 놀아보자고 연신 웃음을 짓는다. 타고난 장애를 장애로 받아들이지 않고,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들의 웃음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냥 한번 놀아보자며 웃고 춤출 뿐이다.

가산오광대에선 할미춤이 무대에 오른다. 인생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우리네 옛 여인들의 모습을 재담과 몸짓을 통해 표현한다. 바람난 영감과 모자란 아들을 두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공감과 재미를 전한다. 

 

북청사자춤도 공연된다.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남도 북청 지방에서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사자놀이. 북청군 전 지역에서 행해졌는데 북청사자는 백수(百獸)의 왕으로 벽사할 만한 힘을 가졌다고 믿어진다. 사귀를 쫓고 마을의 평안을 빈다. 이처럼 양반, 말뚝이, 할미, ‘문둥이’, ‘꼽추’(척추장애인), 옴중, 장자마리 그리고 사자 등 이름 없는 군상들이 풀어내는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삶의 애환, 절망을 신명으로 이겨내는 조상들의 미학이 탈춤으로 펼쳐진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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