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노리고 지방돌며 사들여
두달새 대구서 10채 집중 매수도
2020년 12∼3월 불법 의심 244건 확인
‘실거래가 띄우기’ 도 기획 조사중
특수본, 부동산 범죄 868명 내·수사
윤호중 “부동산 주요 현안 재점검”
종부세 대상 상위1∼2% 검토
실수요자 대출 완화도 검토 전망
부동산 임대·개발업을 하는 A법인은 지난해 9월부터 불과 두 달 만에 대구 달서구에서 아파트 10채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실제 8억원에 산 아파트를 6억9000만원으로 거래했다고 계약서를 쓰는 등 다주택 매입 과정에서 탈세를 목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쓴 정황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A법인과 A법인에 집을 판 매도인에 대해 각각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탈세 혐의가 의심된다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에 통보했다.
경기 안양에 사는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창원 성산구에서 아파트 쇼핑에 나섰다. 당시 부산의 거의 전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데 따른 풍선효과로, 그와 인접한 성산구와 의창구 등의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이었다. B씨는 가격이 1억원 안팎인 저가 아파트만 노려 모두 6억8000만원에 6채를 사들였는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이 돈을 입금한 뒤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계약했다. 국토부는 B씨를 경찰청에 수사 의뢰해 명의신탁 여부 등 관련 혐의를 확인할 계획이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법인 명의로 단시간에 지방 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하는 등 투기 의심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지방의 부동산 과열 지역에 대한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여 탈세 의심 58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162건 등 총 244건의 불법 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울산, 천안, 창원 등 지난해 외지인의 저가 주택 매수가 몰리며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났던 지방 비규제지역이다.
국토부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부동산 과열지역에서 신고된 2만5455건의 거래 중 외지인이 최근 6개월 내 3회 이상의 주택을 매수한 거래가 794건, 스스로 자금조달을 하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주택 매수 14건 등 이상 거래 1228건을 확인해 조사에 착수했다.
기획단이 잡아낸 244건의 불법 의심사례 중에서는 법인을 이용한 아파트 쇼핑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특정 법인이 개입된 허위신고 25건과 외지인이 법인 명의를 이용해 저가 주택 다수를 매입한 사례 6건 등 법인을 이용한 편법·불법행위는 모두 73건이다.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 조치가 발표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은 탈세 의심사례는 국세청에, 대출 규정 위반 의심사례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각각 통보하고, 계약일·가격 허위신고 등 행위는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명의신탁 등 범죄행위 의심 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기획단은 현재는 신고가를 허위신고한 뒤 취소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허위 거래가 확인되는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기획부동산·부동산 불법 전매 등 일반 부동산 범죄와 관련해 이날 오전 기준으로 698명(196건)을 내·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기획부동산 업체 운영과 관련한 내·수사 대상은 49명이다.
그간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던 특수본은 지난달 말부터 기획부동산을 포함한 일반 부동산 범죄로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했다. 특수본이 기획부동산 관련 수사 현황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정보 이용 투기 관련해 특수본이 내·수사 중인 대상은 198건·86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신원별로 살펴보면 지방공무원 109명, 국가공무원 48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45명, 지방의원 40명, 지방자치단체장 11명, 국회의원 5명,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등 고위공직자 4명 등이다. 이 중 현재까지 구속된 인원은 6명이다.
법원이 몰수·추징 보전 신청을 받아들인 부동산의 현재 시가는 약 240억원이다. 경찰이 추가로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해 검찰 청구나 법원 인용을 기다리는 부동산의 현재 시가는 약 70억원이다.
◆특위 띄운 與, 부동산 규제완화 나설 듯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동산 관련 현안 점검에 착수했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사흘 만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이 부동산 민심에 있다고 보고 부동산 정책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당 부동산 특위는 주택 공급, 주택 금융, 주택 세제 및 주거 복지 등 부동산 관련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은 국토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이 맡았다. 진 의원은 지난해 11월에 공공임대 주택을 둘러본 뒤 “아파트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더 다양한 주거의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특위에서는 1주택자의 보유세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상위 1∼2%로 좁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의 종부세 기준(공시지가 9억원 초과)에서는 전체의 약 3.8%가 부과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장돼온 “재산세 감면기준을 공시지가 9억원 이하로 완화하자”는 의견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시지가 상승과 현실화율을 고려해 1주택자의 종부세 기준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질의에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같이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총리대행은 “시가 13억∼14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혹시 민의를 수렴할 영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정책기조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선별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방식과 관련해 “공공주도나 민간 사업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강조했다. 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2·4 공급대책도 기존에 있는 대책의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에 국민의 시각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절충점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세준·김승환·이우중·이동수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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