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피력해 여론전 관측 나와
추미애 “李가 1호 검사 아이러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듭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되는 등 궁지에 몰린 이 검사가 적극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검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날인 지난 13일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수사나 재판에 대한 반박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거 사건번호를 기재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사후 승인 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검사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출금 조치한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전날에도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당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전 지휘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이 검사 측은 지난 7일 공판준비기일 때 출금 지시 당사자로 봉 전 차장을 지목했고, 봉 전 차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이 검사의 활발한 SNS 활동을 우호적 여론 조성에 방점이 찍힌 ‘방어전략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에이블)는 “법정에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오는 게 좋지만 지금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이 공개돼 한 쪽(검찰)의 입장만 나온 상태”라며 “(이 검사로선) 반론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신분으로 SNS를 통한 여론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SNS 상으로 주장하는 것들이 반드시 팩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 불신이 조장되기도 한다”며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검사와 관련한 사건들은 모두 ‘부패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축소은폐 수사가 본질’이란 식으로 지적하면서 이 검사를 감쌌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부패와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만든 공수처인데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부패 검사가 아닌 (김학의 별장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검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조사한 이 검사가 되다니 이 무슨 희한한 아이러니인가”라고 반문했다.
추 전 장관은 또 “법무부는 누가 (김 전 차관) 출국금지의 내부 정보를 조회하고 누설한 것인지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며 “그런데 검찰은 수사 목적을 변질시켜 누가 출국을 방해했는지 수사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해야 할 일은 누가 수사 바꿔치기를 지시했는지, 그 몸통을 알아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검찰에 휘둘리는 공수처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선영·조희연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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