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염포부두 선박 폭발·화재’ 러시아 선장에 집행유예 선고

1등 항해사 집행유예·3등 항해사 벌금형

지난 2019년 9월 28일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뉴스1

2019년 8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선장과 항해사에게 법원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판사 정한근)은 24일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스톨트 크로앤랜드’호의 러시아 국적 50대 선장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1등 항해사 B씨에게는 금고 1년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3등 항해사 C(30대)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지난 2019년 9월28일 오전 10시51분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811t급 액체화물선(케이맨제도 선적)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는 해당 선박에서 화학물질 2만7000t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던 중 일어났다. 이 사고로 화염이 수백m 까지 치솟아 울산대교 주탑 행어케이블과 경관조면, 주변 선박 등에 불에 타 14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났다. 선원 등 11명은 대피 과정에서 다쳤다.

당시 선장 A씨 등은 이 선박에 실려있던 화학물질인 ‘스타이렌 모노머’(SM·Styrene Monomer)저장 탱크 내부 온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탱크 내부 온도가 급상승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탱크 내부 온도는 사고가 발생하기 닷새 전 이미 안전 기준 온도(섭씨 40도)를 초과했고, 하루 전에는 60도 이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선박에 위험물질을 적재하고도 이에 대한 안전을 제때 확인하지 않아 폭발사고를 야기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대부분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