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전시장 선거 블랙홀이 된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논란에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가세하면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시민들은 철거 논란 정쟁 확대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KBO에 따르면 허 총재는 지난 29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 새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 ‘한화이글스가 대전을 떠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허 총재는 “대전 야구장 신축과 관련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구단(한화이글스)에 갑질하면서 소중함을 모른다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 가”라며 “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인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재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한화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6·1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밭운동장 철거’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대표 공약 비판으로 ‘이슈 몰이’와 ‘이름 알리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 야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 신축은 허태정 대전시장의 민선7기 대표 공약이다. 2019년 7월 현 중구 부사동 한밭운동장 부지가 새 야구장 부지로 확정됐다. 한밭운동장은 2027년 유성 서남부스포츠타운으로 이전, 건립 예정으로 내달 중 본격 철거에 돌입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가리지 않고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대다수 후보가 한밭운동장 철거를 ‘대안없는 철거’라며 중단을 촉구하면서 사업 추진 4년 만에 정쟁 속으로 빠지게 됐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최근 “한밭운동장 철거 반대 의견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계획대로 야구장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전시장 뿐 아니라 구청장 예비후보까지 논란에 가세하는 등 정치 공세는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는 건 허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장종태 예비후보(전 서구청장)다.
지난해 말 시장 출마 기자회견부터 허 시장을 상대로 공세를 가하고 있는 장 예비후보는 최근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종합적 로드맵과 대책없이 추진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2019년 새 야구장의 중구 건립을 환영했던 민주당 박용갑 중구청장도 선거를 앞두고 한밭운동장 철거 승인 보류를 예고하며 태세전환하고 있다.
허 총재의 발언을 두고 지역 사회 반응은 나뉘고 있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발목잡기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반면 일각에선 ‘지역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이글스 팬인 장동명(40·노은동)씨는 “지역 정치권이 오죽 한심해 보였으면 대전 야구장 문제에 허구연 총재가 개입했을까”라며 “대전시장 예비후보들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시책 발목잡기는 그만하고 대전 발전을 위한 새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시민 김선호씨는 “지역 연고 야구 구단 이전 권한도 없는 총재가 시민을 협박하듯이 말하는 건 옳지 못하다”라며 “정치권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얘기했어도 될 일”이라고 허 총재의 발언을 꼬집었다.
지역 체육계도 스포츠의 정쟁화 중단을 주문하고 나섰다.
대전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베이스볼 드림파크가 첫 삽을 뜨기 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장 후보들이 대안없는 반대를 하고 있다”며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후보 모두 공약집에 새 야구장을 짓겠다고 공약했는데 지금와 야구장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정치에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새 야구장 부지인 한밭운동장을 철거해 당초 계획대로 야구장을 원활히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예비후보의 경우 허 총재 발언 이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새 야구장 건립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한밭운동장 철거만 반대하는 것일 뿐, 베이스볼 드림파크는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정대로 한밭운동장을 철거한 후에 베이스볼드림파크를 건립할 방침으로 2025년 새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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