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장사 ‘STOP!’” 서울캠 학생회 반대 기자회견
폐과 후 졸업증명서 ‘서울캠’ 명기에…“캠퍼스 간 갈등 조장”
한국외국어대가 수립한 12개 유사·중복학과 구조조정 계획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이 통폐합으로 사라지는 글로벌캠퍼스(옛 용인캠퍼스) 학과 학생들에게 서울캠퍼스 학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캠퍼스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위 장사를 중단하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이룸’은 11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안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총학 측은 “학생 의견 반영 없는 소통은 허울뿐”이라며 “졸속 학제 개편이 아닌, 교육권을 보장하는 제대로 된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폐과 존치 결정 및 보상이 시혜적 태도로 진행돼선 안 된다”며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라”고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허예선 중국학대학 학생회장은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인 피해 보상 명목이 서울캠퍼스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낳아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피해는 이원화된 서울캠퍼스의 학위가 아니라 확실히 보장된 학습권으로 보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은 지난달 학과장들을 대상으로 ‘12개 유사·중복학과 구조조정’ 설명회를 열었었다.
이후 지난 4일 경기 용인 소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중복학과 학생들과 총장의 간담회가 열렸었다.
박 총장은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간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며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촉박하게 진행되는 점을 학생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었다.
구조조정 대상 학과는 글로벌캠퍼스의 통·번역대 8개 학과 전부와 국제지역대의 프랑스학과 브라질학과 인도학과, 러시아학과 등 모두 12개다. 이들 학과는 모두 서울캠퍼스에 유사한 학과를 두고 있다. 구조조정이 이뤄져 폐과되면 대상 학과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재적 학생 0명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
학교 측은 폐과 대상자에게는 ▲재학생 전원 졸업 때까지 현 학과명·장학금 등 유지 ▲전과 기회 1회 추가 부여 ▲통합 완료 시 졸업 증명장에 서울캠퍼스 학위 명기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대입 관련 사항을 변경 입력해야 하는 오는 30일까지 구조조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2023학년도 대입에서부터 학교 측이 이 같은 학사구조 개편을 반영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서두르자 학생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총학 측은 “서울캠퍼스 졸업 증명서를 통폐합 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원화 캠퍼스라는 본질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박 총장은 양 캠퍼스 간 갈등을 조장하는 구조조정안을 전면 재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앞서 2014년 본·분교를 통합한 뒤 이원화 캠퍼스로 전환한 바 있다. 서울캠퍼스를 어학, 글로벌캠퍼스를 지역학·통번역학 위주로 각각 특성화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운영됐던 커리큘럼은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구조조정안 내용이 발표된 뒤 찬성하던 학생들도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올초 1462명을 상대로 진행한 유사학과 폐과 존치 설문조사에서는 85%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었다. 이에 비해 간담회 이후인 지난 5일 서울캠퍼스 학생 1677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5.7%로 크게 떨어졌었다.
특히 ‘구조조정 학과 재적생이 0명이 되는 시점 후(폐과 완료 후) 졸업 증명서를 서울캠퍼스 해당 학과명으로 발급한다’는 학교 방침에는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74.4%에 달했다.
학생들은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의견이 배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캠퍼스 졸업생 정모씨는 “지난해 독일어와 중국어교육과 등을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고 정원을 감축했을 때도 반발이 심했는데, 결국 그대로 진행됐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우리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현재 기업 등에 입사 지원 시에도 두 캠퍼스를 구분해서 기재하지 않느냐”며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는 입학 성적에서부터 차이가 많이 나는데, 같은 졸업증명서를 준다는 건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외국어교육학부 통합은 교육부 역량 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교원 양성 정원을 30% 줄이다 보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구조조정도 학령인구 급감과 학교 재정 상황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 사항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폐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에서 학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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