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웨딩업계의 소비자 우롱을 막아주십시오. 가격표시제 의무화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예비부부들이 웨딩업체에 납부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그 업체 대표가 잠적한 일이 있었다. 청원인은 “2021년 12월31일 새해를 하루 앞두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졌다”며 “예비부부에게 미리 잔금을 치르도록 유도하고 폐업을 하고 도망가는 일이 발생했다. 일방적인 예약 취소도 당했다. 이로 인해 달콤한 신혼을 꿈꿨을 우리를 포함해 많은 예비부부가 새해를 앞두고 절망에 빠졌다”고 썼다. 그는 이어 “웨딩업계는 금액을 알 수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예비부부마다 견적으로 받은 금액이 제각각이고 업체를 통하면 저렴하다고 판단해 계속 찾게 된다. 이런 일이 쌓이고 쌓여 이번과 같은 사기가 발생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어렵게 결혼식을 올리려 했던 예비부부 300여쌍의 계약금을 ‘먹튀’하며 마음을 애타게 했던 서울 강남의 한 웨딩중개업체 대표가 검찰로 넘겨졌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전 웨딩중개업체 대표 A씨를 전날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업체 직원인 웨딩플래너들에게 “코로나19로 자금난 때문에 파산하게 됐다”며 해고를 통보한 뒤 고객들에게는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월1일 A씨를 상대로 한 첫 고소장을 접수해 같은 달 10일부터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고소인 조사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온라인 회원 수가 10만명 수준이었던 큰 회사였다. 웨딩박람회와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예비부부에게서 돈을 받고 사진촬영 스튜디오와 드레스 대여 및 메이크업 업체를 연결해주는 일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를 본 예비부부는 300여쌍이며 피해 액수는 6억여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500만원의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당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었다. 해당 단체 대화방에는 예비부부 수백명이 모였으며, 단체로 소송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웨딩업체의 ‘먹튀’는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웨딩업체가 예비부부들의 계약금만 챙기고 폐업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해당 업체는 소규모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일명 ‘스몰웨딩’ 사업장으로 청담동 명품거리에 있었었는데, 이 업체는 폐업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예비부부들의 예약을 계속 받았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개인별 피해 규모는 수백만원 수준으로 총 피해 금액은 1억여원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웨딩업체는 누구나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운영을 할 수 있으며, 사기 등 범죄 전과가 있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또 관련 업체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 충분한지 여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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