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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공쳤다”…원자잿값 급등·안전 규제 이중고에 인력시장엔 ‘칼바람’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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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0 22:00:00 수정 : 2022-06-16 0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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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등으로 필수 자잿값 폭등
일용직 근로자들 “공사 중단↑…일감 줄어”
철·콘연합회 “줄도산 위기…20일부터 건설현장 셧다운”
지난 18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에서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모인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수연 인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지금 아무 의미 없어요. 원자잿값 급등에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뭐다 일할 사람은 넘쳐나는데 안 팔려서 문제지.”

 

2년여 만에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면서 주춤했던 건설업계에 활기가 들어찰 것이란 기대도 일용직에는 언감생심이었다. 원자잿값 급등과 안전 규제 이중고에 인력시장 근로자들이 일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HDC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참사 책임 등으로 규제 강화가 더해져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그 영향은 이처럼 고스란히 일용직 근로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4시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전국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으로 꼽히는 이곳에는 이른 새벽부터 일거리를 구하러 온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인력시장에 들이닥친 칼바람을 보여주듯 현장에는 싸늘한 새벽 공기가 맴돌았다. 근로자 대부분은 4월의 봄 날씨가 무색하게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한 채였다. 오전 4시부터 서서히 모이던 인파는 5시가 되자 인도에서 발을 떼기 힘들 정도로 꽉 들어찼다. 

 

이후 인력사무소 직원들이 뽑은 근로자를 승합차에 태우고 떠나기를 몇 차례, 절반 이상의 근로자는 이날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혹시나 일감을 구할 수 있을까 담배를 태우며 현장에서 서성이던 근로자들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요즘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20년째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최근 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올라 공사를 중단한 곳이 여럿”이라며 “원청이나 대형 건설 현장은 크게 영향이 없지만, 중간에 있는 하도급 업체나 중소기업, 작은 현장은 꼼짝없이 줄도산할 처지에 있다. 피해는 그 제일 아래 있는 우리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0년째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모씨 역시 “자잿값이 상승하니 인건비를 후려쳐 맞추려고 하는 곳도 있다”며 “공사 현장이 줄다 보니 근로자들을 줄이고, 기존 인원에게 일을 더 시키거나 휴식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허탕 쳤다는 또다른 근로자는 “인력사무소와 계약한 근로자들은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새벽부터 기다리다 선착순으로 뽑혀 나가는 이들은 공치는 날이 많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전국에 걸친 공사 감소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그 여파로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자잿값이 급등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 수주는 몇 년 전 계약을 맺었는데, 현재 들어가는 비용이 치솟으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중견 시공사 등이 속속 공사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서울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 뉴시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까지 논의되는 정국도 공사 감소에 한몫했다. 더불어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참사까지 더해지자 건설 현장은 인력 구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인력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원자재 가격 인상뿐 아니라 안전 규제 문제로 일거리가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다”며 “많은 인력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적은 인력을 구할 때도 엄격히 관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30년차 일용직 근로자라는 박모씨는 “예전에는 공기(공사기간)도 다 되기 전에 그냥 빠르게 끝내버렸다”며 “이전에 콘크리트 바라시(해체)를 하는데 평균 1주일이 걸렸다면, 지금은 한달”이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에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그러면 큰일 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잿값 폭등 등으로 공사에 어려움이 지속되자 골조공사 전문업체들은 건설현장 공사 중단(셧다운)을 하겠다고 나서 당분간 파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18일 “20일부터 건설 현장 셧다운에 들어간다”며 “철물과 각재, 합판 등 건설 핵심자재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폭등한 데다 인건비도 시공 분야에 따라 10∼30% 올라 공사를 더는 진행하기 힘들고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합회는 100대·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계약금 20% 인상을 요구했는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곳을 대상으로 먼저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

 

20일 서울·경기·인천 철콘연합회 등 일부 지역은 원청사와 합의가 이뤄져 당초 계획했던 셧다운 계획을 철회했지만, 호남·제주지역은 무기한 셧다운에 돌입했다. 다만 이번에 셧다운을 철회한 지역도 향후 협상이 미진할 경우 강력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원청업체는 적자 시공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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