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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전면 총파업’ 화물연대… 그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입력 : 2022-06-07 22:00:00 수정 : 2022-06-07 1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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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 요구
적정 운임 보장 주장 가장 큰 근거는 ‘안전’
“고속도로 사망 사고 절반이 화물차 사고
화주 무리한 요구 거절 못해…목숨 건 생계 운행”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 상임위 계류 중
7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무기한·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화물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화물차 안전 운임제란 화주와 운송사업자들이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여 교통사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차 교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로, 기업들이 운송 비용이 증가한다고 반발해 정부는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지난 2년간 안전 운임제의 효과성이 검증됐다며 내년에도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안전 운임제 유지를 요구하며 전면·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함께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는 이 제도를 전 품목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지난 2일 1차 교섭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총파업 전까지 정부와 모든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협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토교통부는 1차 교섭 이후 대화요청이나 적극적인 연락도 없다”며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7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화물연대 서울, 경기지부 노조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의왕=남제현 선임기자

노조가 적정 운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안전’이다. 화물차 기사들은 화물을 옮기는 건수와 중량에 맞춰 운임을 받기 때문에 화주들의 무리한 요구에를 쉽게 거절할 수 없을뿐더러 과속·과적 운행이 잦고 졸음 운전도 빈번해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게 노조 측 설명이다. 특히, 최근 경유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최저 운임료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화물기사들은 목숨을 건 무리한 생계 운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화물차 사고는 빈번해,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고속도로 사망자 526명 가운데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278명(52.9%)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화물차 사망사고 중 졸음 운전이나 주시 태만에 의한 사고가 80%에 달했다.

 

그간 안전 운임제는 화물차 사고 위험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화물 차주 약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전 운임제 실시 이후 과적 운행 경험은 약 11%포인트 감소했고 졸음운전 경험 비율은 약 21.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 내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라 안전 운임제 연장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발의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은 1년째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화주나 운송사업자 측은 안전운임제로 비용이 증가하면 수출입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제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해상·항공 운송 비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까지 지속될 경우 물류비 부담을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정부는 느긋해 보인다.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천천히 대화로 풀어가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화물연대는 다음 해 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가 매년 7월에 열리는 만큼 올해 상반기 안에 일몰제 폐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전운임은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처럼 매년 노사정의 위원들이 교섭해서 운임료를 결정하는 구조다. 다음 해 운임은 10월 31일까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기로 되어있는데, 화물차 기사측과 운송사업주 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경우, 고시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점도 화물연대가 논의를 서두르는 이유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국토부에서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도 안전일몰제 시행으로 화물차 사고 위험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제도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토부는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고 형식적인 대화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부 소속 조합원 500여명이 7일 광주 광산구 도천동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인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파업에 대해서는 “단순 집회가 아닌 정상 운행차량 운송 방해 행위는 경찰과 협조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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