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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흉터 성별과 무관”…30년 만에 연금 받게 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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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8 10:37:05 수정 : 2022-07-18 11: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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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 “헌법상 평등의 원칙 확대”
사진=뉴시스

얼굴 흉터를 입은 여성 군인에게만 상이연금을 주는 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로 군 복무 중 얼굴을 다친 50대 남성이 30년만에 상이연금을 지급받게 됐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손혜정 판사)은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상이연금지급 비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육군소위로 임관해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던 1991년 작업 차를 타고 가다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얼굴이 5㎝가량 찢어졌다. A씨는 1996년 전역한 후 24년이 흐른 2020년에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상이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얼굴의 흉터로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방부는 A씨가 남자이고 흉터가 4㎝에 불과해 상이연금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상이연금이란 군인이 공무를 수행하다 질병이나 부상을 입어 장애를 입게 되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A씨가 전역할 당시의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을 상이연금 지급 대상으로 규정한 점을 들었다. 2006년 해당 규정이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개정돼 남자도 포함되었지만 부칙에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A씨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지급 대상에 남자를 포함하더라도 A씨 얼굴의 흉터는 4㎝에 불과해 기준(5㎝ 이상)에 미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법원은 A씨가 전역할 당시의 군인연금법 시행령과 2006년 개정된 시행령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흉터 길이와 관련해선 사고 당시 군의관이 상처를 5㎝로 기록했고, 세월 동안 자연치유로 크기가 줄어들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손혜정 판사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을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도 성별과 무관하게 각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6년 개정 시행령에 대해서도 “시행일 이전의 남자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신준익 변호사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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