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일부 농산물 수입품에 일정 수량까지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당관세’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농축산물 가격 상승률이 7%대까지 오르는 등 밥상 물가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적 물가 안정화 조치를 실시한다는 취지다. 세계일보는 8일 지면을 통해 고공 물가 행진에 대한 정부 대책을 다루었다. 이 가운데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시장은 8% 가량 상승했다. 외국인이 4조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장을 이끌었는데, 이를 두고 ‘물가 정점’등을 예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하반기 경제침체 가능성이 살아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 일부 농산물 수입품에도 할당관세 확대 적용 방안 검토
정부가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일부 농산물 수입품에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7%대까지 오르는 등 밥상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으로 물가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이런 내용의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소고기 등 축산물에 할당관세 0% 적용을 골자로 하는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 안정 방안’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오는 것이다.
민생안정 대책은 명절 성수품 가격 관리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채소류 등의 가격이 급등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식품 물가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0% 상승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식용유 가격이 1년 전보다 55.6% 올랐고, 밀가루 가격과 부침가루 가격도 각각 36.4%, 31.6% 올랐다. 그 외 국수(32.9%), 라면(9.4%), 빵(12.6%), 햄·베이컨(8.0%) 등 가공식품류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문제는 밥상 물가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옥수수 등 식용 곡물의 3분기 수입단가 지수는 2분기 대비 15.9%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배추, 무, 사과, 배,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추석 10대 성수품 외에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이 중 일부 농산물에 대해 할당관세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파와 사료용 보리·귀리·옥수수, 기름용 대두, 칩용 감자 등에는 이미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상품을 수입할 때 일정 수량까지 낮은 세율(대부분 면세)을 적용하고, 그 이상의 수량은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발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인당 1만원 한도로 최대 20% 할인을 지원하는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예비비 500억원을 투입, 확대한 바 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한 배추를 김치 등 배추 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공급하거나 성수품 공급물량을 평시보다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물가 인상에 더 큰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을 통한 신규 특별자금 대출·보증 공급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할당관세를 중심으로 한 물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돼지고기나 커피 등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미 관세 혜택이 상당 부분 이뤄져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고환율로 수입 가격 부담이 높아진 것도 할당관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당관세 효과를 높이려면 철저한 시장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2500선 다가선 코스피…외국인 4조원 넘게 순매수
한국 코스피가 2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예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선반영됐다. 예상외로 양호했던 2분기 기업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러 지표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세밀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69포인트(0.72%) 상승한 2490.80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497.58까지 오르며 2500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6일 2292.01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지속하며 8.2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4942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 연속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에는 미국의 물가지수가 6월 정점을 찍은 뒤 7월에는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는데, 시장에서는 4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6월(9.1%)보다는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폭의 둔화는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 속도를 낮출 수 있다. 두 차례 연속 단행했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다시 밟을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선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했음을 들어 연준이 긴축 고삐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실적 대비 주가가 낮다는 판단도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87이고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98이었다. 보통 PER가 10 이하거나 PBR가 1 이하일 경우에는 저평가로 분류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가운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29곳 중 54.3%인 70곳이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보다 좋았고, 58곳(45%)은 낮았다.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39곳이었다. 반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미달한 어닝 쇼크(적자 전환·적자 확대 포함) 기업은 35곳이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기업실적이 상당 부분 선방했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같은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순매수에 집중했다.
코스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시장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당초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의 사전지표로 여겨지는 장·단기(10년·2년물) 국고채 채권금리격차(스프레드)는 지난 5일 6.3bp(1bp=0.01%)로 올해 초 61.5bp보다 상당 부분 축소됐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일 3.079%를 기록해 2%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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