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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드라마 ‘환혼’ 기암괴석 협곡 절경 어디야?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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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4 11:34:44 수정 : 2022-08-14 13: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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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기운 굽이치는 철원 고석정/우뚝 솟은 바위 ·소나무 군락...신선이 놀다간 듯 빼어난 절경/아찔한 은하수교 건너며 주상절리 수직절벽 송대소 감상/직탕폭포 시원한 물줄기 즐기고 현무암 다리도 건너볼까 

 

세종강무정에서 본 고석정 전경

“그동안 도성의 술사들을 베고다닌 그림자 살수 낙수가 바로 너였구나!”(술사 상호) “지나는 자리마다 모가지가 떨어져 내린다 하여 낙수. 아름답지 않으냐?”(낙수)

 

어떤 지도에도 등장하지 않는 술사들의 나라 ‘대호국’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드라마 ‘환혼’. 낙수(고윤정 분)가 처음 등장해 술사들과 겨루는 강렬한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7일 방송된 16화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5%, 최고 8.2%를 기록(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 시간대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장욱(이재욱 분)과 무덕이(정소민 분)
단향곡으로 떠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고석정 협곡   드라마 캡처
단향곡으로 떠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고석정 협곡   tvN 홈페이지 캡처

사술로 혼을 다른 사람에게 넣어 몸을 갈아탈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과 완성도 높은 컴퓨터 그래픽(CG), 주인공 장욱(이재욱 분)과 무덕이(정소민 분) 몸으로 환혼한 살수의 달달한 로맨스가 인기 비결. 4화를 보던 중 무덕이와 장욱이 낙수가 살던 단향곡으로 떠나는 돛단배를 타는 장면에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나라에 저런 곳이 있다니. 기암괴석 협곡과 모래톱이 어우러지는 절경은 컴퓨터 그래픽인 줄 알았는데 실존하는 고석정이다.

 

고석정 협곡.          드라마 캡처
고석정 입구 임꺽정 조형물

 

#임꺽정 살던 고석정 드라마로 인기몰이

 

드라마는 대부분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 조성된 4000여평의 오픈세트장에서 촬영됐지만 우리나라의 숨은 절경이 대거 등장한다. 계곡 물이 흐르는 반석 위에 놓인 운치 있는 정자인 함양 농월정, 제주 용머리해안과 무수천 등으로 그중 빼어난 절경이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강원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고석정. 입구로 들어서자 긴 칼을 등에 차고 바위를 무너뜨리는 포즈의 임꺽정 동상이 여행자를 반긴다. 조선 명종 때 의적 임꺽정은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탐관오리를 죽이고 조정에 상납하는 각종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눠준 의적으로 고석정 일대를 근거지로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세종강무정
세종강무정에서 본 고석정 전경

입구를 지나 오른쪽 정자 세종강무정에 올랐다. 굽이쳐 흐르는 옥빛 맑은 한탄강 위에 15m 높이로 우뚝 솟은 바위와 그 위를 장식하는 소나무 군락. 그리고 현무암 기암절벽과 그 절벽 쪽으로 길게 뻗어 나간 모래톱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은 마치 바로 전에 신선이 놀다간 듯 기묘하다. 판타지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만한 곳이 없겠다. 한탄강 협곡의 이런 독특한 고석 바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철원팔경 중 하나인 고석정은 용암대지 형성 이전의 원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형·지질 유산. 고석정 일대 화강암은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용암으로 만들어졌는데 54만∼12만년 전 화산폭발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에 고석 바위는 완전히 파묻혔다. 고석 바위 한쪽은 현무암 절벽, 한쪽은 화강암 절벽으로 두 암석이 강물에 깎이는 정도가 달라 지금 같은 비대칭의 독특한 고석 바위가 탄생했다.

 

고석정
고석바위

이런 고석정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세종강무정으로 세종대왕이 철원평야에서 펼쳐진 강무(講武) 훈련을 마치고 머물렀던 곳이다. 강무는 왕이 직접 참여하는 군사훈련과 사냥 행사로 국방력 강화에 힘쓴 세종은 재위기간 모두 19차례 걸쳐 93일 동안 철원에서 강무를 진행했다. 세종은 사냥이 끝나면 고석정에서 신하, 군사, 백성들에게 사냥한 짐승과 음식을 나눠주는 주연을 베풀었단다. 모래톱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 고석 바위 맞은편에 또 하나의 정자가 보이는데 고석정(孤石亭)이다. 기암절벽의 독특한 풍광에 반해 신라 진평왕 때 2층 누각의 정자를 처음 지었고 고려 충숙왕과 숱한 시인 묵객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

 

고석정 모래톱
고석바위와 통통배

 

고석정 협곡

모래톱 쪽으로 내려가면 고석정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웅장한 석벽 위에는 자연 석굴이 있는데 임꺽정이 건너편 산등성이에 석성을 쌓고 이 동굴에 은신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임꺽정은 관군이 몰려오면 변신술로 꺽지로 둔갑해 물속에 숨었기에 ‘꺽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도 있다. 모래톱 가장 끄트머리에 섰다. 이곳엔 주인공들이 드라마에서 나룻배를 타던 선착장 세트가 있었는데 얼마 전 폭우가 내리면서 쓸려 내려가 버렸다니 좀 안타깝다. 그래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인생샷을 얻기는 충분하고 넘치는 풍경이다. 나룻배는 없지만 통통배는 있다. 고석정∼양합수지 구간을 오가며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이뤄진 협곡을 코앞에서 즐길 수 있으며 어른 기준 6000원이다.

 

은하수교
은하수교
송대소

#은하수 다리 건너 직탕폭포 즐겨볼까

 

고석정에서 상류 쪽으로 3분 정도 차로 달리면 또 다른 주상절리 협곡 송대소가 등장한다. 한탄강이 굽이치며 현무암을 30m 높이 수직절벽으로 조각한 위대한 작품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매우 신비롭다. 절벽 아래 한탄강은 절벽 높이만큼이나 깊어 보여 순간 아찔하다. 바로 오른쪽은 2020년 말 개통한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 한탄강주상절리길 1코스 동송읍 장흥리와 2코스 갈말읍 상사리를 연결하는 연장 180m 현수교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두루미의 형상으로 디자인해 아름답다. 더구나 높이가 50m에 달해 다리 위에 서면 시퍼런 한탄강이 더욱 아찔하다. 한탄강은 은하수 ‘한(漢)‘자에 여울 ‘탄(灘)’자를 써서 우리말로 ‘큰 여울’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다리 이름을 가져왔다.

 

직탕폭포
현무암교

상류 쪽으로 4분 정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 하나 숨어있는데 직탕폭포다. 높이 3m, 너비 80m로 펼쳐져 ‘한국의 나이아가라’라는 애칭이 붙은 곳으로 주변의 주상절리 기암절벽까지 어우러진다. 우리나라 다른 폭포와 달리 하천면을 따라 넓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는데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현무암이 주상절리를 따라 떨어져 나가면서 계단 모양의 폭포가 만들어졌다.

 

폭포 앞에 서니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보라가 마음속 찌든 티끌까지 모두 씻어준다. 바위 위에 선 강태공은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이곳에선 매운탕으로 끓이면 맛이 일품인 30여종의 물고기가 서식해 낚시꾼들에겐 천국이다. 바로 위쪽 현무암 돌다리도 꼭 건너보시길. 약 27만년 전 철원에서 탄생한 현무암으로 만든 돌다리에 서면 예쁜 인생샷이 완성된다.


철원=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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