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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수출 리스크'… 무역금융 역대 최대 351조 공급

입력 : 2022-09-01 06:00:00 수정 : 2022-09-01 0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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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무역수지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자 정부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긴급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중국 수출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높은 에너지 가격을 ‘3대 리스크’로 꼽고 대응 강화에 나섰다. 국내 수출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무역보험 한도를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까지 공급하고 중국과 산업·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항만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수출기업의 자금조달 부담 완화를 위해 무역금융 체결한도를 기존 261조원에서 90조원 상향한 351조원으로 책정했다. 추가예산 120억원을 투입해 물류·해외인증·마케팅 등 수출활동도 지원한다. 협회와 경제단체로부터 접수한 139개 현장 애로·규제 중 33건은 연내 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하반기 산업·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해 대중 수출 활동을 지원하고, 반도체기업에 5년간 340조원 이상 투자를 지원한다. 이밖에 주력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 2026년까지 연구개발(R&D) 3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 운영으로 범부처 수출관리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근 수출 물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에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며 “주력 수출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유망 신산업은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되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9(2015년=100)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소비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0.3% 줄어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 역시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면서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경고등 켜진 '수출 리스크'… 가용 재원 총동원 경쟁력 제고

 

정부는 31일 발표한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무역수지 적자 타개를 위해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다섯 달째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 해결을 위한 긴급 처방 격이다.

정부는 이번 전략에 따라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무역보험 체결한도를 국회 동의하에 역대 최대인 351조원까지 확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별 보증한도도 중소·중견 50억원에서 중소 70억원, 중견 100억원으로 늘린다. 또 90억원을 투입해 750개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물류비를 지원한다. 마케팅, 해외인증 지원을 위한 예산 30억원을 확보해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인증 획득 비용도 지원한다.

 

‘대(對)중 수출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높은 에너지 가격’ 등 3대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하반기 산업·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정례화해 우리 기업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향후 5년간 340조원 이상 기업투자를 지원하고, 10년간 15만명의 인력 양성에 나선다. 에너지 수입과 관련해서는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를 액화석유가스(LPG)나 바이오 연료 등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 향상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주력산업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 친환경·자율주행 선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친환경차 등에 2026년까지 연구개발(R&D) 비용 3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석·박사급 R&D 설계 인재 육성과 재직자 교육 지원을 통해 2026년까지 총 14만명의 주력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를 오는 10월부터 가동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 유관기관 등과 함께 수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급박하게 전략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여러 지표에 경고가 켜지면서 수출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1∼20일 무역수지가 102억1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4월부터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역수지는 지난 1∼20일 6억67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1992년 한·중 수교가 맺어진 이후 첫 4개월 연속 적자 흐름이다.

 

수출 전망 역시 당분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성장세 회복이 더디다.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감축하면서 에너지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편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통계 작성 이후 약 34년 만에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7월 순상품교역지수는 82.55로, 198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순상품교역지수는 수출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2.55개를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했다는 뜻이다.


곽은산·이현미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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