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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BTS는 병역 특례를 해줘야 할까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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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3 06:00:00 수정 : 2022-09-03 10: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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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 대한민국에서 가장 파급력이 강하고,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사회적 관심 대상인 연예인과 스포츠선수의 병역 문제는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적용되고, 논란도 적지 않다.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이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병역의 공정성을 중시해 원칙대로 입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계속 부딪혀왔다.

 

이와 관련해 일부 국회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제안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관련 검토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이후 파장이 확산하자 국방부가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하지는 않겠다”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는 등 논란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지난 2021년 5월 싱글 ‘버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말은 많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아

 

BTS에게 병역 특례를 적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병역법을 바꾸거나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병역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대중문화예술인 중 문화훈장·포장을 받은 사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에 해당하면 30세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다. 

 

최근 5년간 7명이 입영 연기가 이뤄졌는데, 201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BTS 멤버들이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특기 보유자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은 예술·체육요원 편입도 가능하다. 

 

예술·체육 요원 편입 대상을 규정한 병역법 시행령은 클래식, 무용, 국악 콩쿠르 등 국제예술경연 3위 또는 국내예술경연 2위 입상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대중문화는 없다.

대구 육군 제50사단 신병교육대대 각개전투 교장에서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현행 법에 따르면 BTS 멤버들은 30세까지 입영 연기가 가능하지만, 멤버 중 1992년생인 진(김석진)은 연말이 지나면 입영해야 한다. 나머지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입대하게 된다. 병역 특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BTS가 예술·체육 요원으로서 병역 특례를 받으려면 병역법 시행령에 대중문화를 추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국방부가 나서면 해결될 일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기존에 밝힌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019년 11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대체복무개선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이 국위선양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중문화예술 분야로 예술요원 편입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대체복무 감축기조,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형평성 제고를 감안해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예술요원 편입인정대회 규모를 줄이거나 편입 인정 요건을 강화했다. 제도 자체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병역 의무의 공정성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춘 조치였다. 

 

3년 전에 7개 부처가 공동 발표한 사안을 국방부가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병역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남은 방법은 국회 차원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병역법을 바꾸는 것이다. 정부 부처 차원에서 임의로 결정하는 대신 국회에서 명확한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규백 의원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임오경 의원 등이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 특례를 허용하는 것은 큰 틀에서 유사하다. 

 

이 법률안들은 현재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병역 이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재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BTS가 대중예술로 국위를 선양한건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공부한 청년이나 농사짓는 청년, 방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청년도 다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처럼 병역자원이 넘쳐흘렀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인구절벽이 말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회의장도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출장 가는 길에 (BTS 병역 문제에 관해) 전화를 주셨다”며 “국가적 이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BTS는 지난달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와 관련해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을 때 국위선양을 했다고 명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병역 특례를 적용하는데, 국위선양을 하는 방법은 무한대에 가깝다. 기준 정립이 쉽지 않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음악차트 순위로 범위를 좁혀도 논란은 남는다. 그래미상과 빌보드, 오리콘 차트의 우열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경연대회를 일부 포함하는 예술·병역 특례처럼 국내음원차트도 적용해야 할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대중음악차트 순위를 클래식 콩쿠르 입상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객관적 기준 없이 특례 범위를 대중문화로 확대하면, 클래식과 국악 및 무용 분야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를 들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해 8월 임오경 의원의 병역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병역은 누구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입영 연기 등에 관한 사항은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논란의 소지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아래 시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국민 정서 살피면서 ‘공정과 상식’ 해결 필요

 

‘BTS 병역문제 여론조사’로 논란이 거듭되자 국방부는 1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힌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국방부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만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병대 1사단이 지난 5월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해안에서 실시한 상륙 훈련에서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로 가상의 적이 있는 해안에 상륙한 해병들이 돌격하고 있다. 포항=뉴스1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여론조사를 해도 제3의 기관이 할 것”이라며 거리를 뒀는데, 그럼에도 논란이 증폭되면서 하루 만에 더 강한 어조로 부인한 것이다.

 

기존에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떨까. 한국갤럽이 지난 4월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대해 물은 결과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포함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33%였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화 조사원이 무선 90%·유선 10% 무작위 전화 걸기(RDD)로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5%였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국민 여론이 BTS를 비롯한 대중예술인 병역 특례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기류는 아니었다. 

 

현재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다시 하면 이와 유사한 기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예술인과 체육인의 병역의무 이행 연령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BTS의 입대 전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병역 특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를 만들자는 것이다. 

강원 철원군에서 지난 7월 27일 열린 육군 6사단 청성부대 도시지역작전 소부대전투 경연대회에서 장병이 몸을 숨긴 채 조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중문화예술인과 체육인 병역의무 이행 연령을 33세까지 높이는 대중문화예술인·체육인 입영 연장법(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제도 도입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이견이 많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병역의무 이행 기한을 현실성 있게 연장해 BTS와 같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국익을 위해 더 활동한 후 입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법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폭발성이 매우 강한 이슈다. BTS의 병역 특례에 대해 일각에선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법치국가라면 현행 병역법을 따라야 한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몸이 다소 불편해도 현역 판정을 받아 복무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병역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섣불리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다.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의 틀 안에서 국민이 공감할 방법을 찾고,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면서 병역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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