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ISDS) 사건 판정문 전문이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여년간 지속한 론스타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정부-론스타 판정문 공개 합의한 듯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와 론스타 사이 판정문 공개를 위한 협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나온 이후 수차례에 걸쳐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신속히 판정문을 공개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판정 결과와 함께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ISDS 사건 중재판정부가 절차명령 제5호를 발령해 당사자인 정부와 론스타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대외에 판정문을 공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판정부의 자체적 ‘명령’이라기보다 정부와 론스타 측이 판정문을 공개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판정 이후 양측은 공개 여부를 놓고 협의를 진행해 왔고 론스타 측도 판정문 공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일부 개인정보 등을 제외한 판정문 전문이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ISDS 판정문 전문 공개는 한국 정부가 수천억원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된 경위를 따지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원 규모의 ISDS를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론스타의 중재의향서가 공개됐을 뿐 양측의 심리 과정에서 어떤 논리와 증거들이 나왔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정식 중재 제기 전 정부 측에 전달된 중재의향서도 한국 정부가 아닌 론스타 측이 돌연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공개된 것이다.
◆경제·금융관료 책임 밝힐 수 있나
시민단체들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2012년 매각 승인, ISDS 심리 과정에 개입한 금융관료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선 판정문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 점 △2011년 론스타가 일본의 골프장을 소유한 산업자본이라는 점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후에도 감독 조처를 하지 않은 점 △ISDS 과정에서 산업자본 논점을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진상 규명을 위해 전문 공개가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13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은행법상 불법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론스타의 치외법권적 시도가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모피아(경제·금융관료+마피아)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 론스타가 ‘론스타의 탈출과 이익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한 뒤 한국 정부에 6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외환은행을 2003년 헐값에 사들인 뒤 4조6635억원의 차익을 챙겼음에도,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중재를 맡은 판정부는 10년 만인 지난달 31일 정부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이자 포함 30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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