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 4곳 나란히 유네스코에 등재
신안, 최대 40m 깊이의 펄갯벌 등 독특
황새·재두루미 등 국제 보호조류 관찰
군, 생태전시관 개편해 갯벌박물관 추진
박우량 신안군수
“전국 첫 전담부서 ‘세계유산과’ 설치
탄소저감 위해 염생식물원도 조성”
갯벌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고작 3∼4시간만 드러나는 신비로운 곳이다. 하루에 두 번, 인류가 일상생활을 하는 낮 동안만을 따지면 하루에 한 번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은 선사시대 이후 인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바다의 밭’이자, 수많은 생물의 보금자리였다. 공기 중의 산소와 같은 생명줄이 바로 바다의 갯벌이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해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신안갯벌(전남 신안군),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군·순천시), 고창갯벌(전북 고창군), 서천갯벌(충남 서천군) 등 4개 지역이 모두 포함됐다. 국내 갯벌 중 신안갯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커다란 조차와 섬들을 배경으로 생성된 복잡한 조류, 깊은 갯벌퇴적물과 같은 복잡 다양한 생성·진화 과정을 거친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결정됐다. 신안군은 그동안 습지보호지역으로서 관리해 오던 신안갯벌을 이제는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우수성과 뛰어남을 홍보하고,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생활하는 지역주민을 위해 지속 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 세계유산제도
세계유산제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하는 것으로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이 유산은 1972년 협약 발효 이후 2018년 5월 현재, 193개 협약국 중 167개국 문화유산 832개, 자연유산 206개, 복합유산 35개 등 총 1073개의 유산이 등재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8년 협약에 가입하고 1995년에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3개소가 등재된 이래 2018년까지 모두 13개소(문화 12, 자연 1)가 등재돼 있다. 세계자연유산은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된 지역이 유일하다.
이들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젊은 세대들의 귀향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유산 지역인 성산일출봉의 경우 100만명 달성 기록이 2009년에는 8월10일이었으나 2013년에는 5월14일(외국인 34만6000명)로 3개월가량 단축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또 2014년 등재된 남한산성의 경우 병자호란, 등산, 닭백숙으로만 유명했던 곳에서 세계유산이란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됐고, 방문객도 등재된 후 두 달 이내인 7∼8월 동안 전년 동기간 대비 77% 증가했다. 이에 따른 효과로 2014년 등재 직후 방문객이 증가해 산성 내 상가가 활성화됐으며, 향후 20년간 생산유발 4739억원, 부가가치 발생 1264억원, 고용창출 1818명에 이를 것으로 신안군은 전망했다.
박인숙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장은 “한국의 갯벌이 관광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갯벌 자체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것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며 “그런 다음 국내외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도로나 숙박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먹고 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갯벌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갯벌로
한국의 갯벌 중 신안갯벌은 전체 유산구역의 약 85%로 가장 넓은 면적(1100.86㎢)을 갖고 있다. 많은 섬과 섬들 사이를 지나는 크고 작은 조수로, 그리고 섬을 둘러싸고 발달해 있는 넓은 갯벌과 최대 40m 깊이의 펄갯벌, 펄갯벌 위의 특이 모래퇴적체 등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14종을 포함해 90종, 5만4000개체 이상의 물새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가치가 높은 갯벌로 알려졌다.
신안갯벌이 포함된 한국의 갯벌은 이 같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26일(한국시간) 중국 푸저우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통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신안갯벌에서는 국제적인 보호조류가 속속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황새 4개체가 증도에서 확인된 데 이어 올해 초 지도에는 재두루미 16개체가 찾아오기도 했다. 신안군은 국내에서 월동하는 개체군이 먹이가 풍부한 신안갯벌을 찾아 장기간 머물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계기로 신안군은 증도갯벌생태전시관을 개편해 갯벌박물관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개관한 증도갯벌생태전시관에서는 갯벌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500회가 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명예관장으로 갯벌퇴적 및 해양지질학의 석학인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를 위촉했다. 지난해 300여점의 갯벌생물 박제를 제작한 신안군은 전 명예교수가 기증한 500여점의 갯벌시료를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박물관 2층에는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기념관을 조성하고 있으며 한국의 주요 어업유산인 신안갯벌낙지 맨손어업의 전시와 벽화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 중이다.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유치 총력”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유산이 국가 차원을 초월해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박우량(사진) 전남 신안군수는 2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신안갯벌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로 신안군은 물론, 군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신안갯벌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나라의 자연이나 유산처럼 인류가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처럼 한국의 갯벌은 세계적으로 탁월하며, 이들 한국의 갯벌 중 신안갯벌은 전체 면적의 85%를 차지한다. 신안군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의 대표로서 등재 이후에도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가 유지되고, 향상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 첫 관문이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의 신안 유치가 될 것이라고 박 군수는 설명했다. 박 군수는 “신안갯벌의 체계적·통합적인 관리를 위해 유산 등재 신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전담부서인 세계유산과를 별도 설치했다”며 “전담부서에서는 세계유산 등재와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발 빠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갯벌 세계유산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나, 갯벌 및 자연환경과 관련한 국가기관이나 국가연구기관이 전무한 상태”라며 “이번 해양수산부의 갯벌 세계유산 보전본부가 당연히 신안군으로 유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갯벌 세계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안갯벌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보호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안갯벌과 자연,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힐링공간이자 국가 관광의 거점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국가갯벌습지정원 조성사업, 갯벌과 해양생태계의 교육 및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갯벌 해양생태과학관 건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갯벌 오염원 차단을 위한 소형 어선 폐유정화장치 설치사업을 진행하며, 갯벌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탄소중립 시기에 맞춰 대기 중의 탄소 저감을 위한 염생식물원도 조성하기로 했다.
‘갯벌 여행 관광지를 추천해 달라’는 말에 박 군수는 “신안갯벌은 1100㎢로 매우 넓은 지역이라 갯벌별로 각각 특생이 다르나 광활하게 넓은 압해도 갯벌을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조수로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고 레드카펫과 같은 염생식물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지도 갯벌과, 넓은 갯벌의 한가운데에서 갯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화도 갯벌을 소개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