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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속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경상수지 4개월 만에 적자

입력 : 2022-10-08 09:30:00 수정 : 2022-10-08 1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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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계속된 경고음
상품수지 악화에 8월 30억5000만불 적자
한은 “무역 적자 축소에 9월 흑자 관측”
이창용, 기준금리 인상기조 지속 재확인

정부, 경상수지 개선 18개 대책 발표
수출 유니콘사 1000개 육성 목표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기술 재편
중간재 수입비중 줄여 리스크 축소
밀, 쌀가루 대체… 국내 생산 확대

유사시 외화유동성 공급채널 가동
“경제체질 개선 대외신인도 지킬 것”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적자 축소 등에 힘입어 연간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고환율·고물가 등 변수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 한국은행은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7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약 4조30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74억4000만달러 흑자) 대비 104억9000만달러나 감소한 셈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4월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5월부터 다시 흑자 전환했지만, 넉 달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적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으로 배당소득수지 적자가 약 40억달러에 이른 영향이 컸지만, 8월은 배당소득수지가 흑자(13억9000만달러)인데도 상품수지가 대규모 적자에 빠지며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8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04억8000만달러나 줄며 4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7월(-14억3000만달러)에 이은 2개월 연속 적자였다. 수출(572억8000만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7.7%(41억달러) 증가했지만, 수입(617억3000만달러) 증가 폭이 30.9%(145억8000만달러)로 수출의 네 배에 육박했다.

석탄(132.3%), 가스(117.1%), 원유(73.5%) 등을 중심으로 8월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36.1% 늘었다. 반도체(25.4%) 등 자본재 수입도 16.4% 늘었고, 승용차(54.7%)와 곡물(35.9%) 등 소비재 수입도 28.2% 증가했다. 반면, 수출 증가율(7.7%)은 지난해 8월(32.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연결 기준)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76조원, 영업이익은 31.7% 줄어든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000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9월 무역적자(-37억7000만달러)가 크게 축소된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연간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13.3%)은 주요국보다 높다”며 “이는 경상수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움직임에 크게 취약하다는 것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난해 8월 이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0%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글로벌 금융시장 교란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가동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라며 “올해 연간으로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조선 등 6대 업종 수출 경쟁력 강화… 핵심 소부장 국산화 나선다

 

정부가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해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7월) 등 6개 대책 외에 추가로 18개 대책을 내년 초까지 마련·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속도전’을 예고한 건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1달러=1400원대’의 고환율이 고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 감산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에너지 수입 가격 인상, 수출 부진 등 우리 경상수지의 적자를 촉발할 수 있는 ‘악재’들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원화가치 및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수출 등 부문별로 국제수지 대응방안을 마련한 배경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본부에서 열린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원유 감산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오펙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는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빈=EPA연합뉴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 지원을 확대하면서 주요 수입 품목의 국내 전환 및 효율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조선 등 6개 주요 수출업종별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 계획이다. 업종별로 조선은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핵심기술 개발,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신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생산 기술 분야에서 인력을 확충키로 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OLED 제조 공정 소재의 혁신을 추진하고, 1조원 규모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사업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도 추진된다. 이 밖에 2차 전지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 등과 관련한 지원 대책이 발표되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소재·플라스틱 등에 바이오 기반 기술을 적용하는 바이오경제 구현 등이 목표로 설정됐다. 이 밖에 제조서비스와 섬유패션도 지원분야로 선정됐다.

 

정부는 또 수출액 1000만달러를 넘는 수출 유니콘사 1000개를 육성하는 방안과 친환경·헬스·고급화 등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수입 측면에서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소부장) 관련 100대 핵심전략기술을 재편하고, 핵심소재 기술개발 및 국내 기업의 생산설비 확충 등을 통해 국내 생산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50.9%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태인 중간재 수입 비중을 낮춰 가격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수입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가루쌀 생산을 확대하고, 밀·콩의 국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전문생산단지 조성 등이 추진된다.

 

정부는 관광산업 등의 경쟁력을 강화해 서비스수지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 경상수지가 상품수지 흑자에만 의존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모두 7건의 대책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으로 관광, 해운, 한류 콘텐츠 해외진출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상수지 변동성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등 기존 외환수급 안정화 조치를 지속하는 동시에 유사시 금융기관 등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 채널을 즉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투자 유치, 세계 3채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와 세계 3대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등도 추진키로 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 수출의 경우 사이클의 문제라 한두 달 만에 좋아질 것이라 예측하기 어렵고, 중국 경기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최근 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도 있어 경상수지가 예전보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꽤 있다”면서 “적절한 통화정책, 미 에너지 절약 대책과 함께 정부가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경제 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우상규·이우중 기자,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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