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2일 다시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다고 하나 여전히 물가의 오름세가 높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강도 긴축 지속으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추가로 벌어질 것이란 점이 근거다. 한은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연 3.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부담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12일 금통위에서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에서 3.0%까지 오를 전망이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3.0%대를 기록하는 것은 2012년 9월(3.0%) 이후 처음이다.
당초 0.25%포인트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한은이 빅스텝을 밟는 배경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6% 올랐다. 지난 8월(5.7%) 대비 상승률이 하락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10월 정도로 (물가 정점을) 예측했는데 아직까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걱정은 10월이 지나가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5% 밑으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안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 지수는 1년 전 대비 4.2% 올랐다. 2001년 10월(4.2%)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개인 서비스 물가가 6.4% 올랐는데, 이 중 외식물가가 9.0% 상승하며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미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점도 빅스텝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3.00~3.25%로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은 상태다. 앞으로 연준이 11월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고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경우 양 국의 금리차이는 1.25%포인트로 커지게 된다. 이어 11월 말 금통위가 또 0.25%포인트만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스텝만 나서도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다.
1.50%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해 국내 물가를 들썩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스런 점이다.
대내외 환경이 모두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면서 가계에 미치는 금융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나타나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3.2%를 차지했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경우를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의 6.2%인 69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위험 가구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취약 차주(대출자)’의 비중(전체 대출자 기준)도 지난 2분기 말 현재 6.3%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000억원 증가한다. 6조5000억원 중 3000억원은 취약차주가, 나머지(6조2000억원)는 비취약차주가 감당한다. 만약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두 달 사이에 이자는 13조원 급증한다. 취약차주의 이자 증가폭이 7000억원까지 커지게 되는 셈이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빅스텝으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7000원 늘어난다. 취약차주가 25만9000원, 비취약차주가 33만2000원씩 더 내야 한다. 두 번의 빅스텝이 이어질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000원(취약차주 51만80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강준현 의원은 “최근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취약 차주, 저소득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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