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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임대인 무관심… “저소득층 주택 가스누출 무방비”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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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4 18:30:00 수정 : 2022-10-24 21: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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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일대 보일러 실태

지붕 위 연통
눈 쌓이면 막혀 가스 역류 일쑤
집안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 커

부실시공 보일러
규격에 안 맞는 연통 억지로 끼워
강릉 사고처럼… 미세 틈 가스 유출

지난 18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다세대 주택. 대형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3∼4평 크기의 방 3개가 붙어 있는 구조다. 세입자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다.

마당에 있는 보일러실 지붕 위로 기다랗게 뻗은 가스보일러 연통 2개가 바짝 붙어 있었다. 겨울철 폭설이 내려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연통도 함께 막힐 수밖에 없다. 보일러 연통이 막히면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역류해 누출될 수 있다. 연통 내부가 과열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북 무주군과 경북 포항시에서 지난 9일 보일러 배기가스 누출로 잇따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저소득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보일러 설치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전국보일러설비협회와 함께 지난 18∼21일 사이 서울 마포구 일대 보일러 설치 실태를 살펴본 결과, 가스 누출이 일어날 수 있는 불량 보일러를 상당수 발견했다. 무자격 시공이 여전한 데다, 임대인의 무관심 속에 보일러가 사후 안전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지난 18∼21일 서울 마포구 저소득층 주거지에서 발견한 보일러 불량 시공 사례. 보일러 연통이 보일러실 지붕에 바짝 붙어 있다. 백준무 기자

염리동에 있는 한 주택에서는 기름보일러에 쓰이는 연통을 가스보일러에 잘못 설치한 부실 시공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보일러의 경우 종류에 따라 연통 규격이 정해져 있으나, 이를 준수하지 않고 엉뚱한 연통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다. 지난 2018년 12월 고등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었던 강원 강릉시 펜션 사고 원인이 이 경우와 유사하다. 보일러와 맞지 않는 연통을 설치한 탓에 보일러를 가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연통이 조금씩 이탈했고, 그 틈으로 배기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당시 경찰은 판단했다.

 

현장에 동행한 협회 관계자는 “전문업자들이 보기에는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시공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자격 업자가 엉터리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보일러에는 시공업자의 신원 및 설치 내역이 기재된 시공표지판이 붙어있지 않았다.

 

보일러 연통에 실리콘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연통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연장관 접속 부위에 25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 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단순히 연통을 고정하는 부품인 반도만 채워 넣은 사례가 많았다. 이 경우 미세한 틈으로 배기가스가 샐 수 있다.

지난 18∼21일 서울 마포구 저소득층 주거지에서 발견한 보일러 불량 시공 사례. 연통 접합부에 실리콘 마감 처리가 안 됐다. 백준무 기자

이처럼 불량으로 설치됐거나 노후한 보일러로 인한 가스보일러 사고는 매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는 총 21건이다. 이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도 46명(사망 17명, 부상 29명)에 달한다. 급·배기통 설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연통이 연결부를 이탈하는 등 배기통 관련 사고가 전체의 80%가 넘는다.

 

이달 9일 일가족 6명이 숨지거나 다친 무주군 보일러 사고 역시 보일러와 연통을 연결하는 금속 재질 접합부가 제대로 결속되지 않은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포항시 모텔에서 투숙하던 60∼70대 여행객 3명이 숨진 원인도 가스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전북 무주군 '일산화가스 중독 추정' 사고현장에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도시가스 안전점검만 제때 받아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다”고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안전점검을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늘면서, 점검을 의무화하는 방안 또한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용 연한이 10년을 넘은 노후 보일러를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임대인에게 개선 권고 조치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글·사진=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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