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청춘과 ‘영원한 작별’
사망자 1명 늘어 156명으로
사망 26명 중 일부 영안실 안치
외교부·대사관과 연락 안 닿기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이 1일 전국 각지에서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통곡했고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자식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깊은 슬픔에 운구차는 한참을 서 있다가 화장터로 향했다. 고인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과 공무원들, 장례식장 직원들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애도를 표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도 20대 여성 C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수십명의 친구들이 모여 C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발인 내내 빈소는 울음소리로 가득 찼고, C씨 시신이 운구차로 옮겨질 땐 곡소리가 절규에 찬 비명으로 바뀌었다. 발인을 지켜보던 장례식장 직원들도 “이렇게 젊은 여자애가 얼마나 아팠을까. 너무 안타깝다”며 차마 발을 떼지 못했다.
경기 수원 연화장 장례식장에선 30대 직장인 D씨에 대한 발인이 진행됐다. 불교 예식에 따라 고인을 추모하는 목탁 소리와 염불이 1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고인의 어머니와 누나는 손을 잡고 서로를 위로했다. D씨 사촌동생은 “사고 당일 여자친구와 이태원에 갔다가 인파에 휩쓸린 뒤 함께 넘어졌다고 들었다”며 “여자친구는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렸다는데 형은 결국 의식을 찾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부산 사상구 한 장례식장에선 기독교 신자였던 20대 E씨의 발인이 이뤄졌다. 목사 사회로 발인이 시작되자 전날 눈물을 감춘 채 식장 일을 돕던 친척들도 소리 내 울었고, E씨 부모님과 오빠도 눈물을 쏟아냈다.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E씨는 지난 3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전남지역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한 상태였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 156명이 됐다.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0살 여성으로, 상태가 악화해 이날 오전 8시49분쯤 숨을 거뒀다. 현재까지 참사 사망자는 남성 55명, 여성 101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고 30대(31명), 10대(12명), 40대(8명), 50대(1명) 순이다. 부상자 157명 중 118명은 상태가 호전돼 귀가했고, 39명(중상 33명)은 입원 중이다.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채… 홀로 있는 외국인 희생자들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희생자들은 대부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장례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희생자는 총 26명이다.
취재진이 1일 서울 보라매병원 등 이태원 압사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의 시신이 안치되거나 안치됐던 서울·수도권 5개 장례식장을 살펴본 결과, 10명 중 2명만 현재 빈소가 차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연고가 없던 희생자 1명의 시신은 전날 대사관 측 요청에 따라 본국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시신 7구는 영안실에 그대로 안치돼 있는 상태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영안실엔 외국인 희생자 시신 3구가 안치돼 있는데, 아직까지 외교부를 비롯해 대사관 등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인 A(33·여)씨는 빈소가 차려졌지만, 중국에 있는 어머니가 비보를 듣고 쓰러져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입국하지 못했다. A씨는 10년 전 한국으로 유학와 공부를 마친 뒤 성형외과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부모를 대신해 빈소를 지키고 있는 고모는 “A는 무남독녀다. 부모님과 한국에서 같이 살다 몇 년 전에 중국에 있는 할머니를 보살피러 A의 부모는 중국으로 갔다“면서 “내일이 발인인데, 아직 A의 아버지가 오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나마 영사관에서 비행기 편을 구해준 덕에 지금 오고 있는데, A의 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쓰러져 오지 못하고 아버지 혼자 오기로 했다”면서 “A의 아들은 6살인데 너무 어려서 차마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 고모는 “항상 웃는 아이였다. 영정사진도 웃는 사진밖에 없어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허망한 심경을 토로했다.
외국인 희생자는 이란인이 5명으로 가장 많다. 4명은 박사과정생이었고, 나머지 1명은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안 된 어학연수생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사망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2000만원의 위로금과 최대 1500만원의 장례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오전 관계부처 협의로 이 같은 내용이 결정됐다”며 “사망자와 부상자 1명당 외교부 직원들이 1대1로 배정되어 있어 해당 주한 대사관, 유가족과 협의해 필요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장례 비용은 실비로 지원되며 시신을 본국으로 옮기기를 원하는 경우 장례비 지원 범위 내에서 시신 운구비를 지급한다. 장례 절차를 위해 입국한 유가족에게는 1가구당 7만원의 숙박비가 지원된다. 항공료는 관계부처가 협의 중이다.
정부는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장례 문화, 종교 등의 차이가 큰 만큼 일괄적 지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유가족 의사를 최대한 고려해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 사망자 위로금과 장례비용은 이번주까지 신청하면 된다. 국내 체류지가 있었다면 해당 관할 주소지에서, 단기체류의 경우 서울 용산구청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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