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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퇴진운동 가능성” 이태원 참사 직후 ‘여론 문건’ 작성한 경찰청

입력 : 2022-11-02 07:44:24 수정 : 2022-11-02 12: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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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특별 취급’ 적힌 정책 참고자료 작성
“세월호 이슈와 연계 조짐 감지” 언급
고위 공직자 입단속과 빠른 보상금 강조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만든 내부 문건을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정세 분석과 함께 세월호 참사와 이번 사건을 비교분석하는 내용, ‘보상금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일 SBS가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지난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책 참고자료’를 만들고 다음날 관계기관에 배포했다.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진보단체 등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저마다 정부 규탄 논리 모색 중’이라는 소주제로, 진보 단체의 동향이 상세하게 서술됐다. 문건엔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거나 지난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올해를 비교하는 카페글·카톡·지라시 등을 공유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배포한 '정책 참고 자료' 문건의 사진. SBS 방송화면 갈무리

 

경찰은 이번 사태를 세월호 참사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경찰은 ‘세월호 사고와의 연계 조짐도 감지, 정부 대응 미비점 집중 부각 전망’ 등의 항목에서 “전국민중행동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않은 검찰과 연장선에서 들어선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참사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촛불승리전환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진보 단체가 ‘정권 퇴진운동’으로 사태를 끌고 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여성단체가 성명에서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작성 당시 기준)’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서도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동향 보고가 담겼다.

 

‘온라인 특이 여론’ 주제에 대해선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정부 책임론 부각 조짐이라는 중간 제목을 달고 “지난달 30일 오전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진보성향 단체가 이태원 참사를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고 판단해 대응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분석한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SBS 방송화면 갈무리

 

경찰은 빠른 보상금 이슈 해결과 고위 공직자들의 입단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어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며 “세월호 당시 모 여당 의원의 ‘교통사고 발언’ 등이 이슈화되며 비난에 직면했다.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문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정보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며 정리한 사찰문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은 통상적 수준에서 취합한 것으로 사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이 보고서의 작성 경위에 대해 “경찰법에 경찰 직무 중 공공안녕과 질서에 관한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이 있고, 대통령령에 정보의 종류 중 하나로 정책정보를 두고 있다”며 “정책과 관련된 공공안녕과 위험 요소를 분석해 각 기관에 배부하도록 하고 있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문건을 ‘특별취급’으로 주의 표시하며 “대외 공개, 수신처에서 타 기관으로의 재전파, 복사 등을 할 수 없습니다”라며 보안 유지를 각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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