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에서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생존 능력을 ‘3·3·3’ 법칙으로 설명한다. 공기는 3분, 물은 3일, 음식은 3주일 안에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통상 매몰 사고에서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보는 이유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생존율이 72시간(21.8%)을 고비로 뚝 떨어졌다. 3일을 넘기면 탈수 현상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산 사고는 더욱 치명적이다. 폭발·붕괴·화재 사고 뒤에도 유독가스 발생이나 갱도 침수 등이 이어진다. 더구나 갇힌 곳이 대개 지하 수백m 아래다. 생존이 확인되더라도 구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한계를 뛰어넘는 기적 같은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과 공기가 충분하면 구조 가능 시간이 늘어난다. 극한 상황에서는 인체의 생체시계도 지각 장애를 일으켜 대사(代謝) 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에너지 소모가 줄어 영양분 공급이 끊어져도 상당 시간을 버틸 수 있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구리 광산에서는 33명의 광부들이 매몰됐다가 69일(1600시간) 만에 모두 생환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구조대가 지하 700m까지 드릴로 구멍을 뚫어 생필품을 공급했다. 1967년 8월 충남 청양 구봉광산에서 양창선(당시 36세)씨는 지하 120m 갱도에 매몰됐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조됐다. 그는 “갱도 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셨다”고 했다. 당시로서는 매몰 사고 후 생환한 세계 최장 기록이었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4일 오후 11시쯤 스스로 걸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지 9일(221시간) 만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붕괴로 매몰된 이들은 다행히 물 10ℓ와 커피믹스 등을 갖고 있었고, 갱도에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이들은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고 연명했고 지하수로 목을 축였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하고 회복도 빠르다. 봉화 광산의 기적 같은 생환은 이태원 참사로 충격과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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