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시의원·시민단체 등 고발장
희생자 발생국 대사관 1곳 ‘항의’
민들레, 10여명 이름 비공개 처리
법조계, 형사처벌 가능성 낮게 봐
특수본, 前 용산署 정보과장 소환
당시 경찰청 상황담당관 대기발령
진보 성향의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압사 참사’의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 속에 해당 매체를 향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15일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신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도 이들 매체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민들레와 더탐사는 참사로 숨진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전날 공개했다. 이 의원은 “민들레 측이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면서 유족 동의 없이 무단으로 희생자 실명을 공개했음을 인정했다”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에 해당해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및 제18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은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가 공공의 알 권리 영역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보 성향의 언론비평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언론이 유족 동의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중 한 곳은 외교부에 항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매체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며 “또 다른 대사관으로부터 유감 표명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태원 참사 초기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희생자 8명의 유족은 철저한 비공개를 원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부연했다.
민들레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고 하루 만에 10여명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민들레 측은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매체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그 개인정보가 ‘가족의 정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사적 배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희생자가 숨지긴 했지만, 명시적 동의 없이 이름을 공개했다는 것은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정보과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입건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김 경정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전 정보계장 정모 경감과 함께 정보과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혐의(증거인멸 등)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해당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전날 대기발령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과 서울시 안전총괄과장 등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행안부나 서울시에 대한 참사 책임이 규명될 경우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참사 당일 경찰청 상황담당관이었던 이용욱 총경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 감찰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감찰조사가 진행 중으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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