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저가 거래 상위 50곳의 직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와 비교했을 때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을 수억원씩 대폭 내려 헐값에 판 사례 절반가량이 중개사 없이 당사자끼리 계약한 직거래로 진행되면서 양도의 탈을 쓴 증여가 집값 하락을 타고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뉴스1과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직방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최근 30일(17일 기준·직전 거래 최근 1년 내) 이뤄진 거래 가운데 하락액 상위 50개 사례 중 19건(38%)이 직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률로 따지면 상위 50건 중 28건(56%)이 직거래였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1만2479건 중 2655건(21.27%)이 직거래였는데, 신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거래에서는 직거래 비율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매물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1단지 전용 84.8㎡로 이달 초 6억5000만원에 직거래로 손바뀜됐다. 같은 타입 매물은 지난 10월 중순 10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약 한 달 반 만에 4억원 내린 값으로 거래된 것이다.
서울 중구 황학동 롯데캐슬 전용 84.9㎡도 약 두 달 만에 9억45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3억1500만원(-33.3%) 내린 값에 직거래됐다.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2BL 전용 75.0㎡는 직전 최저가(6억3500만원·4월) 대비 44.9% 내린 3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들 아파트는 현재 최저 호가와 비교해도 1억~3억원 이상 싼 가격에 직거래됐다. 직거래는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곧바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중개수수료 절감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특수관계인 간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직전 가격 대비 훨씬 낮은 가격에 직거래가 이뤄진 경우 가족 등 특수관계인 사이 증여성 거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절벽으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고 집값도 하락하는 추세라, 세금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를 활용한 편법 증여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여 세율은 10~50%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로 양도는 6~45%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도 가족 간 증여는 12%,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 1~3%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요즘 거래 15%~17%가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는데 일부는 증여세 회피를 위한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수 있다"며 "시세보다 큰 폭으로 거래가격을 낮추고 직계존비속 간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증여 목적의 양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하면 절세는커녕 가산세를 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수관계인 사이 양수 기준금액은 시가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이다. 예컨대 시가 8억원짜리 아파트는 2억3000만원이 기준이다. 이보다 낮춘 값에 사는 경우 증여를 위한 저가 양수로 의심받을 수 있다. 양도의 경우 법정 기준금액은 시가의 5%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8억원짜리 아파트는 4000만원이 기준이다. 이보다 낮으면 양도세 회피 매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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