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재정혁신의 일환으로 러시아·미국 본부와 중국 길림지사를 올해 전면 폐쇄했다. 성과가 미흡한 해외본부를 폐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도 누적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6조원(2022년 11월 기준)을 넘어선 만큼 해외본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강원도는 이달 1일 ‘강원도 국외본부 및 주재관 운영 규정 일부개정규정’을 발령했다. 국외본부는 도내 기업의 통상지원과 해외자본 및 관광객 유치, 국제교류 지원,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조성됐다.
이번 개정규정의 핵심은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러시아본부와 미국 뉴욕시 소재 미국본부, 중국 길림지사의 폐쇄다. 도는 이번 국외본부 및 주재관 운영 규정 개정을 통해 해당 해외본부 설치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도가 운영하는 해외 본부는 일본, 중국(북경), 베트남으로 줄게 됐다.
도는 이번 국외본부 폐쇄를 놓고 “재정혁신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투입 비용대비 성과가 미흡한 해외본부 및 지사를 정리,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미국본부의 경우 연간 운영비가 8억원, 러시아 본부는 2억6000만원이다. 중국 길림지사는 중국 북경본부 예산(3억원)을 함께 사용한다.
해외본부 유지 필요성과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지만 자칫 해외 수출 및 교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11월 강원지역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도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부터 5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협회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1월 기준 가장 큰 적자 폭이다.
글로벌 시장 수요 위축으로 해외 수출이 지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외본부 폐쇄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해외본부를 통해 수출 기업을 소개 받거나 도내 기업의 해외 홍보를 요청하기도 한다”며 “수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그 어느때보다 해외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가 폐쇄한 도 미국·러시아 본부가 위치한 미국·러시아의 경우 2021년(1월~11월) 대비 2022년(1월~11월)에 수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21년 수출액이 4억1750만2000달러에서 2022년 4억8021만9000달러로 15%가량 증가했다. 러시아 역시 2021년 5062만1000달러에서 5792만4000달러로 14.4%가량 수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만은 수출액이 같은 기간 감소했다.
특히 이번에 폐쇄된 미국 본부의 경우, 지난해 4월 ‘강원 상품 수출 확대’ 등을 이유로 신설됐다. 향후 도내 추술 기업 단체와 연계한 박람회·판촉전 참가를 통한 신규 바이어 발굴과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려 했지만 불과 8개월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 중점정책으로 재정혁신이 진행 중에 있다”며 “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해외본부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무역과 민간차원의 교류는 해외본부 및 지사 폐쇄와는 무관하게 지속 추진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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