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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아기 울음소리’에 온 동네가 들썩

입력 : 2023-02-28 01:00:00 수정 : 2023-02-27 22: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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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동촌마을 백일 축하잔치 열고 환대

“얼마 만에 들어보는 아기 울음소리인가….”

 

지난 25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촌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한 갓난아이를 빙 둘러싸고 앉아 서로 덕담을 늘어놓느라 싱글벙글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촌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지난 25일 18년 만에 태어난 갓난 아이의 100일을 축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고창군 제공

이 자리는 주민들이 아이의 탄생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잔칫상을 준비해 마련했다. 주인공은 농사를 짓는 50대 아빠와 캄보디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늦둥이 아들이다.

 

예년 같으면 가까운 일가친척끼리만 모여 축하했겠지만, 요즘처럼 고령화된 시골마을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가  힘든 시골마을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접하기가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과 상하면 주민자치위원회는 기저귀 등 신생아 용품을 전달하고 아기가 건강히 자라길 기원했다. 마을 부녀회도 선물을 건네고 손수 음식을 준비해 주민들과 나누며 아이의 앞날을 축복했다.

 

동촌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펴진 것은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태어난 아이는 동촌마을 부녀회장의 늦둥이 아들로 다음 달이면 대학에 진학한다.

 

이 마을에는 총 52세대 91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으나, 대부분 70~80대 고령인 데다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상하면 지역 전체를 아울러서도 지난해 출생아는 이 아이를 포함해 단 2명에 그쳤다. 상하면 인구는 2315명으로, 지난해 사망자 45명에 비춰볼 때 2명의 아이 탄생은 매우 귀한 일이다.

박복기 동촌마을 부녀회장은 “노인들만 있는 시골에 모처럼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며 “농촌 지역도 요양원이나 장례식장이 붐비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현섭 상하면장은 “아이를 위해 백일잔치를 준비해주신 마을 주민께 대신 감사드린다”며 “갈수록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지만, 주민 밀착형 행정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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