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국내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 100만명에게 3만원 상당의 숙박 쿠폰을 지원한다. 또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명에게는 휴가비 10만원을 지급하는 등 총 600억원 상당의 여행·휴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일보는 30일 지면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아울러 국내 채권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를 대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태도도 다뤘다.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 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 100만명에 3만원 숙박쿠폰 등…내수진작에 600억원 투입
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내수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다양한 문화 관광상품과 골목상권 및 지역시장의 생산품, 특산품에 대한 소비와 판매가 원활히 연계되도록 해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많은 외국 관광객의 방한에 대비해 비자 제도 등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하고 항공편도 조속히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문화관광을 잘 연계하는 한편,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많은 사람이 붐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네이버·야놀자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 숙박상품을 구매할 경우 3만원의 할인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300억원을 투입해 최대 100만명에게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놀이공원·캠핑장 등 예약할 때도 1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이나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등 19만명에게는 국내 여행비 1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9만명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10만명을 늘려 최대 200억원이 투입된다. 참가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부담금을 내면 정부가 10만원을 추가로 적립해 전용 온라인몰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숙박·여행 지원에 투입되는 재정은 최대 600억원 규모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소득공제율도 상향된다.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문화비 지출과 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10%포인트 오른다. 연간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도서 구입비나 공연 관람료 등 문화비로 사용한 금액에 붙는 소득공제 혜택이 기존 30%에서 40%로 상향된다. 전통시장 소득공제율도 40%에서 50%로 상향한다.
올해 방한 관광객 1000만명 이상 유치를 위해 일본·대만 등 입국 거부율이 낮은 22개국을 대상으로는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한시 면제한다.
‘관광·소비 지원으로 내수 띄우기.’ 29일 정부가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됐던 관광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해외여행 수요 중 일부를 국내로 돌리고, 비자 완화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해 돈을 쓰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최근 수출이 내리막을 걷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마저 침체할 경우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할인 행사를 병행해 물가 자극을 최소화했다.
◆50여개 메가 이벤트…지역 축제 지원
정부는 연중 내내 50여개 ‘메가 이벤트’로 관광 붐을 일으켜간다는 계획이다. 4월 서울페스타로 시작해 5월 K팝 부산 드림콘서트, 봄빛 동행축제 등을 연이어 개최한다. 여행 비수기로 접어드는 6월부터는 ‘여행가는 달’이라는 테마로 교통, 숙박, 유원시설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국내 최대규모 쇼핑 할인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기존 15일간 진행됐던 기간을 연장해 오는 11월 20일간 운영한다. 5월에는 전국 면세점들이 참여하는 ‘코리아 듀티 프리 페스타’도 열린다.
K컬처, 숲속힐링, 미식여행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전국 지역축제도 개최한다. 관광공사 웹사이트에 지역축제 통합 홍보 페이지인 ‘축제찾아 K여행 페스타’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소비 촉진을 위해 명절 등에 한정해 실시됐던 온누리상품권 특별판매는 4월부터 연중 진행된다. 개인별 상품권 월 구매 한도는 기존 지류 50만원, 카드 100만원, 모바일 50만원에서 각각 100만원, 150만원, 15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상품권 가맹점을 올해 안에 20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주류 도소매 업종 등에 대해서도 등록 기준을 재검토해 올해 하반기에 개편한다.
소비 촉진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할인행사도 병행한다. 오는 4∼6월 소비자 부담이 높은 농·축·수산물에 대해 1인당 1만원 한도 내에서 20% 할인해 준다. 전통시장에서는 2만∼4만원 한도 내에서 20∼30% 깎아주는 등 170억원 규모로 할인을 지원한다.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 핵심 중 하나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비자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한국과 사증(비자) 면제협정을 맺거나 한국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110개국 국민이 관광·행사 참석 등의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신청해야 하는 K-ETA는 22개국 대상으로 내년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마카오·미국·캐나다·영국 국민이 면제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지했던 환승 무비자 제도도 이르면 5월부터 재개한다. 유럽·미국 등 34개국 입국 비자 소지자가 한국에서 환승하면 최대 30일간 지역제한 없이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하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인천공항 등 7개 국내 공항으로 입국해 제주공항으로 환승하면 최대 5일간 각 공항 권역과 수도권에 무비자 체류할 수 있다. 이외 국가 국민은 인천공항 환승 프로그램 이용 시 수도권에 최대 3일 무비자 체류를 허용한다.
국제항공 노선 회복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까지 국제항공 노선을 2019년 대비 80∼90%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목표로 지방공항 신규 취항 항공기와 관광전세기에는 공항시설 사용료 면제, 운항지원금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한·중 노선은 현재 주 63회에서 9월 주 954회로, 한·일 노선은 주 863회에서 주 1004회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즐길 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5∼10월에는 부산·전북·인천·제주·서울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대규모 K팝 콘서트와 관련 행사를 연속 개최한다. 4월 서울페스타 2023(서울), 5월 드림콘서트(부산), 6월 롯데면세점 패밀리 콘서트(서울), 8월 새만금 K팝 콘서트(전북) 등이다. K쇼핑 활성화를 위해서는 면세품 판매 채널을 시내면세점 온라인몰뿐 아니라 제3자 운영 온라인몰로 확대한다.
◆파월도 이창용도 연내 금리 인하 없다는데 시장은 ‘인하’에 배팅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258%를 기록해 한은의 기준금리 3.5%를 밑돌았다. 이달 초 3.8% 선을 넘어서 오르던 국고채 금리는 이후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고채 금리는 3.351%를 기록해 10년물 국고채 금리 3.281%보다 7bp(1bp=0.01%) 높았다. 올해 들어 2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 간 금리 격차에서 단기금리가 높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지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에서는 채권 만기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장기간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기 채권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장기보다 ‘단기’를 더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을 경기침체 전망 지표로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각국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로 대응한다. 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을 둔다. 중앙은행 수장들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인 셈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도 3월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은 금리 인하 시기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앙은행이 선제로 움직였던 사례는 없었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 인하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 있었다”며 “채권시장의 집단 지성은 ‘이번에도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물가상승률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개월 만에 하락해 3%대로 재진입했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4.0%)보다 0.1%포인트 낮은 3.9%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3.8%) 이후 2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아직도 가공식품·외식비·교통요금 등의 인상 폭이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유가가 하락했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도 둔화했다”며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뉴스도 있어 소폭이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0으로, 전월(90.2)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폭 둔화 및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3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0으로 2월(113)보다 7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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