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서 한 논에서 80대 여성 주민이 온몸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 주민은 논두렁을 태우다 불이 번지자 이를 끄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피해자 80%가 이처럼 화재 발생 초기 다급히 불을 끄려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8명이 자체 진화 도중 연기 질식 등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8세 고령자로, 무리하게 화재 진압을 시도하거나 주택에 있던 귀중품 등을 가지고 나오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들불의 경우 집 주변 등 야외에서 쓰레기나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이 번지자 당황해 자체 진화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화재는 가구, 집기 등 가연물이 많이 축적돼 있어 화재가 최고조에 이르는 최성기까지 5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초기에 신속히 외부로 탈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화를 입을 수 있다.
소방본부는 화재 발생 시 주변에 소화기를 비치해뒀고, 사용법을 잘 알고 있다면 초기에 자체 진화를 시도할 수 있으나, 이미 불이 번진 경우에는 무리하게 진화하지 말고 현장을 신속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야나 들불 화재 시에는 발생 즉시 위험지역에서 벗어나 119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북소방본부는 최근 자체 진화의 위험성이 고조됨에 따라 전 소방관서에서 화재로 인한 농촌지역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불이 나면 ‘대피가 우선’이라는 도민 안전 행동 요령을 홍보하고, 119상황실에 최초 접수 시 신고자에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것을 강조한다. 또 이에 대한 홍보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을 통한 캠페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관기관과 협력해 노인, 장애인 등 화재 취약층을 대상으로 노후 전기배선 교체와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확대하는 등 소방 안전 관리에 집중한다. 퇴직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을 통한 예방 순찰도 강화한다.
마을회관 등 집합 장소를 찾아 마을 주민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소화기 사용법을 주기·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소각이 필요한 경우 수돗물이나 소화기를 주변에 비치할 것을 당부할 계획이다.
주낙동 전북소방본부장은 “최근 농촌 지역의 초고령화로 고령층 화재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령자는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평소 자택의 화재 위험 요소를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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