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내 집에서 쫓겨나는 거네요.”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인천지방법원 209호 경매법정. 이른바 ‘인천 건축왕’으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주택 중 11채의 입찰이 진행됐다. 대통령 경매 중단 지시가 있은 바로 다음 날이다. 이날 일부의 낙찰이 이뤄졌는데, 같은 시간 법원 앞에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던 40대 조모씨의 미추홀구 전셋집이 포함됐다. 이런 소식을 들은 조씨는 참고 있던 울음을 결국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한 차례 경매에 넘어가 당초 최초 감정가인 1억4900만원에 붙여졌다. 이후 유찰돼 최저입찰가는 30% 낮아졌고 1억1300만원에 새 주인이 나왔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유일한 희망이라면 잡겠지만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게 그의 안타까운 심경이다. 최우선변제금 2200만원 이외 나머지 보증금 4000만원은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았지만, 낙찰자가 서둘러 등기 이전을 마치면 언제라도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 가입 기준으로 미추홀구 34개 아파트·빌라의 1787세대 가운데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리주택은 200여 세대에 불과하다.
피해 주택 상당수 채권을 공기관이 아닌 민간의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에 경매 중지를 강제하는 데 어려움이 큰 이유다.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받아야만 경매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본 2479세대(지난달 말 기준) 중 1523세대의 임의(담보권 실행)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87세대는 이미 매각이 마무리됐다.
시는 이들의 아품을 보듬는 방안을 내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법률적·심리적 어려움 등을 덜어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대출 이자를 2년간 전액 지원한다.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고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금리인 1.2∼2.1% 이자를 전부 시가 내준다. 만 18∼39세 청년이 월셋집에 입주할 경우 12개월간 월 40만원의 월세를 지급할 예정이다.
또 긴급 주거지원을 신청해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세대에는 가구당 150만원의 이사비를 주기로 했다. 인천에는 해당 임대주택 238호가 확보됐으며, 이 가운데 11호만 입주가 완료됐다. 아울러 시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 관내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에게는 업체당 3000만원 이내 범위에서 융자를 확대한다. 상수도 요금을 제대로 내지 못한 때에는 단수 예고를 즉시 유예하도록 조치했다. 한전에도 앞서 협조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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