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시인의 이름 중 하나가 김소월(1902∼1934)일 것이다. 정호승 시인이 “소월의 시을 읽지 않고 어찌 시를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할 정도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라면 적지 않은 이들이 천경자(1924∼2015)를 언급할 것이다.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라는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한 그의 그림은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김소월과 천경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은 한국의 대표 시인과 화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컬래버 작품이 나왔다. 바로 문예출판사의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진달래꽃’(사진)이다.
두 사람이 작품으로 연결된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천경자 화백이 1958년 출간된 ‘소월시선’(여원사)에 진달래꽃이 그려진 표지 그림을 그렸던 것.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과 화가로 항상 이름이 오르는 두 예술가는 65년 전 한 권의 책으로 만났듯이, 2023년 새로 출간된 시그림집 ‘진달래꽃’을 통해 재회하게 됐다.
두 작가의 작품 속에는 꽃과 여인, 슬픔과 정한이라는 공통된 주제 의식이 흐른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드리오리다”라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한 구절로도 그가 이별의 아픔과 여인의 정한을 노래했음을 알 수 있다. 여인과 꽃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내놓았던 천경자 화가 역시 한 인터뷰에서 “내 온몸 구석구석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 있나 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그림집에는 두 사람의 이런 주제 의식이 오롯이 담긴 시 150편과 그림 34점이 들어 있다.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과 ‘소월시초’의 수록 시 전편 외에도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가려 뽑아 실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일부 현대 표준어 규정을 따랐지만 시어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소화했다. 여기에 천경자 화백을 대표하는 꽃과 여인을 소제로 해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들 외에도 화가가 여행하면서 그린 스케치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그림들이 시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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