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지역에서 과학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가장 많은 중학생을 진학 시킨 자치구는 강남3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의 학력·재력 수준에 따라 자녀들의 고교 간판 역시 결정된다는 ‘교육 대물림’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초·중등교육 정보포털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관내 중학교 졸업생 진학 현황을 살펴보면 과학고와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전국·지역 단위 자사고 진학생이 가장 많은 구는 강남구로 998명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초구(884명), 송파구(799명), 양천구(546명), 노원구(444명)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에서 특목·자사고 진학생이 많았다.
이들 5개구에서 특목·자사고에 진학한 중학교 졸업생은 1만3671명에 달했다. 같은 해 서울지역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특목·자사고 진학생들이 789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5분의 1 수준인 5개 자치구에서 절반(46.5%)에 가까운 ‘입시 명문’ 고교에 진학한 셈이다.
서울 자치구별 전체 중학교 졸업생 대비 과학고 진학률을 살펴보면 서초구(24.1%), 강남구(19.8%), 성동구(18.0%) 등의 순이었다. 과학고 진학생 수로 따져보면 양천구(41명), 강남구(36명), 노원구(35명), 송파구(32명), 강서구(26명) 순이었다.
외고·국제고 진학생은 노원구(172명)가 가장 많았고, 강남구(118명), 송파구(110명), 양천구(106명), 성북구(84명) 등의 순이었다. 서울지역 자사고 진학생 수 톱4는 강남구(844명), 서초구(796명), 송파구(657명), 양천구(399명)가 차지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학군이 좋은 지역 학생들의 경우 일반고에도 많이 가지만 그중에서도 실력이 되는 학생들은 특히 특목고를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지역 학군 간 격차가 공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교육정책을 감안하면 사교육 접근성이 좋은 학생들만 유리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이후 과학고는 물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하고,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고교 유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윤석열정부 중등교육 정책이 결국 과다한 입시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다양한 학교가 만들어지면 입학과 내신 경쟁을 위한 사교육·선행학습이 유발될 것”이라며 “현재 영재학교·과학고·외고 및 전국 단위 자사고 입시에서도 수도권 출신이 싹쓸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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