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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아니라고 해도 안 믿어”…오염수 공포에 텅 빈 노량진 [밀착취재]

, 밀착취재

입력 : 2023-06-25 19:04:12 수정 : 2023-06-25 1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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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비수기지만 상황 더 안 좋아
광우병 때보다 오래갈 것 같아 걱정”
‘정부, 대책 마련하라’ 현수막 걸어

일반 횟집 “배달 주문도 줄어들어”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계도 비상
“산지 무관 안 먹으려는 사람 증가”

“광우병 파동 때도 난리였잖아요. 이번에는 그보다 더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주말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광우병 때는 실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실제로 방류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일본산은 거의 없지만 산지를 말해도 미심쩍어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우리는 산지를 속이면 큰일 나니까 절대 속이지 않는다. 방사능 검사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휴일에도 ‘썰렁’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물 안전에 대한 불안이 번지는 가운데,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 휴일인 데도 썰렁한 모습이다. 수산업계는 매출 타격을 우려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후 일상회복으로 활기를 찾아가던 수산시장은 비수기에 방사능 문제까지 겹치면서 다시 악재를 맞았다. 회나 생선구이 등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수산업계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은 마스크를 끼고 간간이 지나가는 손님들을 향해 호객행위를 했지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는 ‘우리 수산물 안전 이상 없다! 안심하고 소비합시다!’, ‘정부는 수산인 보호대책 마련하라!’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수산물을 판매했다는 A(61)씨는 “여름철은 원래 비수기라서 손님이 줄어들기는 한다”면서도 “오염수 문제가 언론에 나오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상품권 행사를 하는 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정부에서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미영 기자

일반 횟집도 타격이 큰 건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53)씨는 “코로나19 때에는 배달 손님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끊기고 있다”며 “예약 문의도 거의 없고 1년간은 이러지 않을까 싶어 업종을 변경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제주와 남해 등 산지 양식장에서 직거래를 통해 수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확인된 2013년에는 수산물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 일본 오염수 논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미영 기자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미영 기자

위기감에 휩싸인 어업계는 집회를 열고 반대시위에 나섰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등 지역 어업인단체는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완도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는 해양 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원전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전국 수산물 산지 중에서도 남해나 제주 등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전에는 일본산인지 국내산인지를 따졌다면, 이제는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관계없이 그냥 안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 어업계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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