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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前 서울시립대 교수 “부처 칸막이·이권 카르텔 깨야 관재(官災) 막을 수 있어”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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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4 06:00:00 수정 : 2023-07-23 22: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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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 전문가’ 이수곤 前 서울시립대 교수

“산사태 80~90%, 취약지 외 발생
경북 산사태 최소 5곳 ‘개발’ 원인

2011년 우면산 ‘위험’ 경고에도
부서 이기주의로 예방조치 소홀
실태조사에 민간 꼭 참여시켜야”

도로와 시설물 등 인위적인 개발→주민 민원 또는 현장 관계자의 내부고발→행정당국의 묵살….

정부 수립 후 지난 70여년간 자연재해는 얼굴만 다를 뿐 내용은 늘 똑같았다.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2차 산사태와 2022년 경북 포항시 하천 범람 침수에 따른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최근 경북 예천군 산사태와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까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자연재해는 넓은 의미에서 대부분 인재(人災)였다.

국내 대표 방재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지질공학)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 참여 자연재해 취약지역 실태 파악과 대통령직속 민간재난예방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수곤(70)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지질공학)는 성수대교 붕괴 참사(1994년) 이후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사회재난은 관재(官災)라고 단언하는 방재 전문가이다. 재난안전 당국의 ‘우왕좌왕’ 초동대응부터 다른 부처·기관으로의 ‘책임 떠넘기기’는 이미 목도하고 있는 바다. 앞으로 예상되는 형식적 원인 조사, 사전 예방보다 사후 복구에 치중하는 행태 또한 이 전 교수가 재난관리방식을 관에서 민(民)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산사태가 대표적 관재 사례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전국에서는 경북 예천군 등 680여곳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림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안전 당국이 2만3000여개의 산사태 취약지역과 약 5000개 도로 비탈면, 1800여개 급경사지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점검을 완료했음에도 산사태 등으로 예천에서만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 전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산사태 발생지역의 80∼90%는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7월 현재 2만8000여곳)이 아닌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산림청은 산지의 경사도와 지질 등 자연적인 특성을 고려한 폭우 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취약지정을 지정·관리하는데, 도로와 택지 등 인위적인 공사로 물길이 바뀌어 산사태 위험도가 커진 곳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이 전 교수가 21일 KBS 취재진과 헬기를 타고 경북 산사태 발생지역을 둘러본 결과 7곳 중 은산리와 진평리 등 최소 5곳은 임도와 개간 등 인위적인 개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 간 칸막이’ 관행도 인명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 전 교수는 “산사태는 산지 상부나 중턱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산지 위쪽은 산림청이, 중턱의 도로나 터널은 국토부, 산지태양광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하부 시설·택지는 행안부·지자체가 맡다 보니 서로 자기 관할만 신경 쓰고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산사태 위험도가 3등급인 지역이라도 도로 건설이나 벌목, 택지 개발 등 인위적 개입이 이뤄지면 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관계기관은 영역싸움만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재난 예방·관리·대응의 전위대격인 시·군·구 부서 간 칸막이와 이기주의도 재난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 2011년 7월27일 발생해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도 그랬다. 이 전 교수는 산사태 발생 9개월 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에게 정책제안서를 보내 산 정상에 위치한 공군부대 등의 요인으로 대형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공원녹지과, 도로과, 주택과 등 워낙 다양한 부서가 엮여 있는 관계로 별다른 예방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 전 교수는 “공무원들은 형식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관련 제보가 있더라도 ‘설마?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등으로 점차 덩치를 키우고 있는 자연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취약지역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하고, 민간 주도의 국민재난예방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게 지난 30여년간 융합연구(토목공학·지질학)와 현장조사에 매진해온 이 전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국내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은 (현재 산림청·행안부가 지정한 취약·위험지역 5만여곳의 20배인) 100만곳으로 추정된다”며 “실태조사에는 현장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나 공사관계자들을 반드시 포함시켜 공무원·협회·전문가 집단의 이권 카르텔을 견제토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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