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도 비상…“한낮 밭일·외출 삼가고 물 자주 마셔야”
주말새 살인적인 폭염으로 전국에서 최소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다수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로 대부분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반도를 뒤덮은 가마솥더위가 8월 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되며 각 지자체는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경북에서는 노인 7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3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24분쯤 경북 경산시 자인면 교촌리에서 밭 주변 길을 걷던 60대 행인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던 그의 체온은 39.2도로 측정됐다. 그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내 숨졌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사인 미상’으로 판정했으며, 소방 당국은 정황 등에 따라 열탈진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으로 분류했다.
1시간여 뒤인 오후 2시10분쯤 문경시와 예천군에서 밭일을 하던 90대와 80대 각 1명이 쓰러져 사망했다. 경북에서는 하루 전날인 29일에도 문경, 김천, 상주, 경산에서 노인 4명이 폭염에 밭에 나갔다가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경남에서도 전날 오후 3시56분쯤 남해군 서면의 한 밭에서 80대가, 같은 날 정오쯤 하동군 양보면의 한 밭에서 또 다른 80대가 쓰러져 숨졌다. 29일 오후 4시쯤엔 남해군에서 80대 여성이 밭일 도중 사망했다.
경기도 양평군 옥수수밭과 안성시 밭에서도 숨진 사례가 발생했고,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졌다. 전북 군산에서도 70대 주민이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국이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5명 모두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3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73명, 추정 사망자는 지난 29일 하루 6명이다. 감시체계 운영은 지난 5월20일부터 시작했다. 누적 온열질환자는 최근 장마가 끝난 뒤 급격히 증가했다.
연일 펄펄 끓는 폭염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자 지자체들과 공공기관은 비상에 걸렸다. 국립공원공단은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지리산, 가야산 국립공원 등 17개 국립공원 56개 계곡에 한해 오는 8월31일까지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출입 구간에서는 손발 담그기와 세안 정도만 허용하며, 세탁이나 목욕, 물고기 포획 등의 행위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단속한다.
경북도는 지난 30일 독거노인, 거동 불편자 등 폭염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22개 시·군 폭염 담당과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 마을별로 가두방송과 폭염 대비 기본 수칙을 홍보해 뙤약볕 아래 고령의 노인들이 밭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계도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 5월20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지정해 폭염 대응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전북도는 31일부터 폭염에 대비해 도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함께 ‘온열질환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도내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무더위에 따른 피해 및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시스템으로, 온열질환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직접 신고하게 된다.
울산시 울주군은 에너지 취약계층 100가구에 가구당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난달 냉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계층과 복지시설 등에 냉방비 70억원을 특별 지원한 데 이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가구에 폭염 피해 예방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 등 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93억원을 투입한다. 취약 농가 2000여 곳에 폭염 대비 면역 증강제 25톤을 지원하고 축종별로 안개 분무·정수 시설, 환풍기, 냉난방기, 차열 페인트 등을 보급할 방침이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더위에 취약한 닭과 오리에 대해 비타민C, 미네랄, 칼슘 등 면역 증강제 급여로 고온에 의한 스트레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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