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공개한 北 추가 도발 우려
核 남한 겨냥 아니란 北주장 거짓
北 비핵화, 인태 평화 필수 조건”
‘韓·아세안 정상회의’ 동남아 순방
尹, 7일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
원전 건설·핵심광물 협력 등 논의
마닐라 6·25戰 기념비 찾아 헌화
동포 만찬서 “수교 75주년 뜻깊어”
윤석열 대통령은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계기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reckless actions)을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해서도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공군 1호기 편으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시설 공개는 다음 달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보유국 발언을 겨냥해 “자신의 핵 개발 이유가 같은 민족인 남한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북한 정권의 과거 주장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연합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동태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새로 선출된 일본의 신임 총리와 새로운 내각과도 한·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는 13년 만에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마닐라에 있는 6·25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헌화를 마치고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만난 윤 대통령은 1950년부터 3년간 한국에 파병왔던 플로렌도 베네딕토(94) 참전용사에게 “기억나시는 것 없으신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베네딕토 참전용사는 “2년간의 한국 파병 기간 동안 율동전투 등 필리핀 부대가 참전한 주요 전투에서 싸웠다”며 “한국전 참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립묘지 격인 영웅묘지 내에 위치한 참전기념비에는 전사자 112명의 명단과 함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선친인 마르코스 시니어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사자를 애도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필리핀 교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포 만찬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필리핀을 국빈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필리핀은 1949년 아세안 최초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우리와 수교한 나라다. 6·25전쟁 때는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병력을 아시아에서 파병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워준 고마운 친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지원, 원전 건설 협력, 핵심 광물 협력 등을 논의한다. 또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양국 경제인들의 만남의 장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원전 건설 재개를 추진 중인 필리핀은 한국과 원전 협력을 희망하고 있어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필리핀에 이어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고 11일까지 라오스에서 열릴 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도 차례로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필리핀·싱가포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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