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술 도입, 혁신 아냐… 공무원 역량 키워야
얼마 전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공지능(AI) 개척과 응용에 관련된 분들이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미 그 영향권에 있다. 정부 역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분적으로 AI 도입과 활용에 대한 논의와 시범 적용 등이 진행 중이다.
간단한 예로 정부 업무관리에 AI를 적용한다면 공무원의 노력과 시간 등 행정 효율성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정부가 운영 중인 온나라 업무관리시스템의 경우, 그 안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과 자료방들이 세분되어 배치되어 있다. 문제는 특정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다른 자료나 업무 등을 확인하려면 그 메뉴를 다시 클릭해서 확인해야 한다. 만약에 이런 메뉴들을 통합하여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면 불필요한 반복 없이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만들 수 있다.
AI가 활용되는 단계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초기에는 자료나 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비서 역할이 주가 된다. 그다음 단계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전략이나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통합적 자료 종합에 추론이 추가된다. 끝으로 조직이나 기관 전체의 관리를 AI 스스로 하는 단계가 될 것이고 이 단계에 이르면 이른바 범용 AI가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수준의 AI 도입 모습은 결국 초기 단계인 비서 역할일 것이다. 이런 논의가 자칫 보여주기식 혁신 사례가 되지 않도록 그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몇 가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혁신이 아니라 미래 정부에 대한 밑그림을 먼저 생각한 후 어느 부분에 AI를 어떻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미래의 모습에 대한 설계 없이 무턱대고 신기술이니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더 좋고 혁신적이라고 덤벼드는 것은 실적은 있되 성과가 없는 실패하는 혁신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데이터 문제이다. 생성형 AI의 핵심은 기술적인 알고리즘 개발과 더불어 양질의 대용량 데이터를 확보하여 학습시키는 것이다. 정부 AI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대용량 데이터 확보는 물론이고 제대로 정비하고 통합해야 한다. 2014년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부처별로 생성된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하는 데이터의 진실성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이 있어 정부가 각별히 챙겨봐야 한다.
끝으로, 가짜 뉴스나 정보로 정책을 만들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실제 고객의 수요나 행동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저변에 내재하여 있는 보이지 않는 의도와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AI가 거짓으로 꾸며내어 제공하는 정보나 대안을 걸러낼 수 있는 기술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정책 담당자의 무지와 우매함이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AI가 제공하는 정보나 자료의 진실성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미래에도 정부가 존재할까라는 엉뚱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상상력을 펼쳐볼 때 신기술도 가치가 있다. 세상이 얘기하는 기술 트렌드를 도입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오해하지 말자. 다음 세대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차별적 역량 준비를 위해 지금 공무원 충원과 교육과정 전반을 뜯어 봐야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무장된 공무원, 제대로 질문할 능력을 충분히 지닌 공무원이 절실하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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