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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여자대학은 1869년에 창설된 영국의 거턴 칼리지이다. 케임브리지 대학 칼리지 중 하나인 거턴 칼리지는 여성 고등교육의 메카였다. 당시 주요 대학이 여성의 입학을 거부하자 여성 대학교육 운동의 선구자인 에밀리 데이비스가 설립했다. 고등교육이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 거턴 칼리지의 첫 입학생은 5명에 불과했다. 커턴 컬리지는 100년간 여성 교육을 선도하다가 1977년부터 남학생 입학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11월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여자대학은 이화여대다. 1886년 5월 미국인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이 조선의 여성을 계몽하고자 서울 정동에서 학생 1명으로 수업을 시작한 게 이화여대 전신 이화학당이다. 여대가 설립된 이유는 시대상과 연관돼 있다. 가부장제에 묶인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탄생 배경이었다. 대학이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생겨난 서구와 달리 우리는 출발부터 달랐다. 엄격한 유교 사상 탓에 애초부터 여성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생겼다.

 

요즘 여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학 진학에서 성차별이 사라진 지 오래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정난이 여대 위기설을 키웠다. 여성이 남녀공학으로 활발하게 진학하면서 여대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발전기금 모금 등에서도 남녀 공학보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여성의 여대 기피로 남학생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급기야 2011년에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의대, 약대, 로스쿨 일부가 여대에 있다는 이유로 남성 2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1990년대엔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바람이 불었다.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부산여대는 신라대로 이름을 바꾸며 남녀 공학으로 변모했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하면서 새 출발했다.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대는 숙명여대, 동덕여대 등 7곳뿐이다. 

 

이웃 나라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는 역할을 해온 여대가 1998년 98개에 달했지만 2021년 75개로 줄었다. 지난해에도 도쿄게이센여대, 고베카이세이여대 등이 잇따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여대 기피 현상 등이 우리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한 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모습. 연합뉴스

동덕여대가 남녀 공학 전환 논의로 시끄럽다. 전에도 덕성‧성신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으나 학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소문이 확산하자 동덕여대 측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입장문을 내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밀실논의’를 비판하고 투쟁을 예고했다. 

 

여대 위기의 핵심은 학생 수 급감과 맞물린 학생·학부모의 선호도 저하다. 저출생과 여권 신장 속에서 여대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시대 흐름을 따를 것인지,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는 재학생과 동문 여론에 달려 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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